‘단단 기숙사’가 자리잡은 곳은 인천 서구 가좌동 내 제1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주변 건물은 대부분 노후화된 1~2층의 단독·다가구 또는 연립·다세대 주택이며, 건물이 접한 도로 폭은 3m 내외로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정도다. 이 같은 환경에 5층 높이의 기숙사를 짓게 되면 자칫 주변에 위압감을 줄 여지가 있었다. 인접 주택의 채광 여건을 악화시킬 우려 또한 존재했다. 설계 과정에서 건축가의 최우선 과제는 신축 건물이 주변 환경에 녹아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건축가는 건물 입면을 쪼개 비스듬히 쌓아 올리는 데서 방법을 찾았다. 1층부터 5층까지 총 다섯 개의 층이 같은 면적을 가지되, 이들을 일반 건물과 같이 가지런히 쌓는 것이 아닌 사선 형태로 쌓아 올려 건물 매스를 분할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이 같은 건축적 기법이 주는 주된 효과는 아래에서 건물을 올려다봤을 때 시선을 분산시켜 건물이 실제 가지는 크기보다 작아 보이게 하는 데에 있다. 분할되지 않은 입면은 거대한 벽과 같은 느낌을 주지만 층층이 분산돼 있는 입면은 건물이 여러 개로 쪼개져 있는 듯한 느낌을 줘 건물이 뿜어내는 존재감을 최소화시킨다.
건축가는 건물을 실제로 사용하게 될 거주자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건축주의 요청에 따라 모든 호실을 같은 면적으로 설계했고 침실은 채광이 좋은 남쪽에 배치했다. 각 층을 잇는 계단실은 창이 없는 외부 공간으로 만들어 자칫 답답할 수 있는 공동 생활에서 자연스레 바깥 바람을 쐴 수 있는 공간 또한 만들어냈다. 각 호실 내에도 외부와 통하는 발코니를 배치해 3평 남짓의 공간이 줄 수 있는 답답함을 최소화했다. 공용 공간인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은 북쪽에 일렬로 배치해 거주자가 원할 때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권연하 심사위원은 “저층 고밀도 주거 지역에서 주변 민원을 극복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5층의 기숙사를 신축한다는 것은 어려운 프로젝트라 생각된다”며 “최대한 도로 및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려 한 노력이 높게 평가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