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로터리] 민생적 보완 절실한 검경 수사권 조정

이충훈 법무법인 시장 대표 변호사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전·현직 정부의 연이은 법률(시행령 포함) 개정이 정치적 화두에 오른 지 오래다. 문재인 정권은 집권 당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시행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을 고쳐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완전 복원)’을 완성했다. 이에 여야는 ‘입법을 무력화한 반헌법적 행위’ ‘검수완박법이 오히려 헌법 정신에 반한다’며 격하게 충돌했다. 결국 대통령령 개정이 ‘헌법에 합치되는가’는 헌법재판소의 심판에 올려졌다. 검경 수사권에 대한 여야 사이 격한 격돌의 결론이 헌법재판소 판단에 맡겨진 셈이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논쟁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치색이 있고 없고를 떠나 전 정권 제안으로 여야 합의까지 거쳐 통과된 입법이 단 시일 내에 바뀐 정부에 의해 부정되는 흔치 않은 사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흔해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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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에게 있어 정치적 논쟁보다 더욱 혼란스러운 것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혜택이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입법을 거쳐 시행됐으나 사건 처리 시간이 단축됐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도리어 늘어난 감이 있다. 주변 변호사들의 소감도 대체로 비슷하다. 물론 이는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민사 분쟁을 형사 고소로 해결하려는 우리 국민 특유의 성향과 부족한 경찰 인력, 특히 수사 분야 인력의 부족 문제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입법으로 인한 영향은 과연 없을까.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해 고소인이 이의 신청을 한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이 박탈됐다고 생각하는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를 받은 경찰관이 적시에 이행하지 않아 속절 없이 시간만 흘러가는 경우도 여럿 있었다. 일선 경찰서에서 수사를 하기에는 전문적으로 보이는 사건들에 대해 경찰에서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수십 년 동안의 업무 분장으로 검경이 각자의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분야가 분명히 있고 이 같은 전문성은 수사권 배분과 행사 과정에서 존중돼야 한다. 또 검경은 수사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고소장 접수 이후 장기간 처리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 피고소인은 출장 등으로 출국할 때마다 혹시 출국 금지가 된 것은 아닌지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고소인의 피해 회복에 대한 희망은 시간 속에 무너져 사법 불신자로 변해간다. 결국 수사기관인 검경에 대한 믿음 붕괴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현행 시스템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헌재 등의 판단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와 별개로 국민이 느끼는 불편함과 혼란에 대해 개선 가능한 부분은 하루빨리 정부 주도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이 있다. 수사 결과를 도출하는 수사기관에 대해서도 마땅히 적용돼야 한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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