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대 관악캠퍼스 글로벌공학센터 5층 대강당은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붐볐다. 현대자동차가 서울대와 공동 개최한 ‘전기차 테크나눔데이’에 현대차(005380)의 전기차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 임원 및 연구진이 온다는 소식에 500여 명의 공대 학생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는 현대차의 미래 전기차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김용화 부사장을 비롯해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6’ 개발자 황성호 책임연구원,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자 김현일 책임연구원 등 현재 현대차의 전기차 프로젝트를 주도한 핵심 기술 인력들이 총출동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을 공식화했다. 그룹은 국내외를 통틀어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인 미국 내 전용 기지를 시작으로 2030년께 연 323만 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글로벌 시장점유율 1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압도적 성능의 전기차를 만들어내려면 전기차 R&D와 관련한 우수 인재 확보가 필수다. 현대차와 서울대 산학협력공학인재지원센터가 이날 행사를 개최한 것도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최해천 서울대 연구부총장은 이날 축사에서 “‘2050 탄소 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목표에 따라 친환경 차로 관련 산업이 재편되고 있다”며 “미래차 대응을 위해 산학이 우수 인재를 교류하고 첨단 기술과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장이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화 부사장은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스마트모빌리티 시대의 전동화시스템 기술 전략을 수립했다”며 “주행거리 500㎞ 이상, 18분 급속 충전, 제로백 3초대의 전기차 성능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는 두원중공업·아진산업·아모텍 등 현대차의 중견 협력사 6곳도 함께했다. 현대차가 전기차 시대의 ‘퍼스트무버’가 되기 위해서는 협력사들의 부품 전동화도 인재 확보 못지않게 중요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60%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새로운 소재와 기술, 더 많은 소프트웨어와 엔터테인먼트 디바이스의 내재화가 요구된다. 내연기관 산업과 비교할 때 전후방 관련 산업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서울대 산학협력공학인재지원센터의 이광국 교수(전 현대차 사장)는 “자동차 패러다임이 전기차로 바뀌는 것은 산업과 경제를 넘어 국가와 사회의 미래 변화와도 직결돼 있다”며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학교와 기업, 유관 부처, 부품 협력사들이 함께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의 이원희 교수(전 현대차 사장)도 “전기차의 성능 향상과 관련 기술의 발전은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차의 대중화를 이끄는 선행 요건”이라며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완성차 업계와 소재·부품·장비의 서플라인체인, 그리고 대학이 한국의 전기차 경쟁력 향상을 위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대차는 행사장 1층 외부에 분해한 전기차를 전시해 학생들의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가 R&D센터 외부에서 절단한 전기차 내부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 학교 기계공학부 소속 1학년 학생 김 모 군은 “절개차와 테어다운 부품은 내부 연구용으로만 사용한다고 들었는데 내부를 눈으로 확인하니 선명하게 이해됐다”며 “테크데이에 참여한 업체들을 돌며 취업 상담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