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비질런트스톰





2016년 12월 중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실물의 절반 정도 규모로 청와대 본관 모형 시설을 설치해놓고 이를 타격하는 인민군 제525군부대 직속 특수작전 대대의 훈련 장면을 소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훈련장을 찾아 전투원들에게 쌍안경과 소총을 선물하고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후 공격의 신호탄을 기다리고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는 12월 초 진행된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인 ‘비질런트에이스(Vigilant ACE)’에서 보여준 우리 군의 작전 능력에 대한 공포심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도입된 비질런트에이스는 ‘베벌리불도그(Beverly Bulldog)’라고 불리는 미 공군의 전투 태세 훈련을 확대한 것이다. ‘에이스(ACE·Air Component Exercise)’는 공군 구성군 훈련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폐지된 ‘맥스선더(Max Thunder)’와 함께 양대 연합 공중 훈련으로 꼽혔다. 이 훈련은 전쟁 초기 북한 내 핵심 표적을 일거에 무력화하면서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다. 김 위원장은 훈련 기간 중 자신의 동선을 은폐하고 중국 접경 지역으로 도피하는 등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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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 개선 이벤트에 주력한 문재인 정부 시절 한미 연합 공중 훈련은 폐지되거나 축소되는 등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미국은 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을 내세워 비질런트에이스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우리 군은 당시 ‘전투준비태세종합훈련(CFTE)’이라는 명칭으로 단독 훈련만 실시했고 2019년에는 아예 훈련을 중단했다.

올해 한미 공중 훈련이 ‘비질런트스톰(Vigilant Storm)’으로 명칭을 바꿔 31일부터 11월 4일까지 시행된다. F35A와 F35B 등 한국과 미국 군용기 240여 대가 참여하는 공세적 방어 성격의 이번 훈련은 5년 만의 훈련 부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군은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의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억제하고 평화를 지키려면 실전 같은 훈련으로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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