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남편이 자택에서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최근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둘러싼 음모론을 트위터에 공유했다가 급히 삭제했다.
CNN, N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머스크는 30일(현지시간) 오전 8시 15분에 이번 피습사건의 범인 데이비드 데파페(44)가 극우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QAnon)'에 빠졌고, 이는 공화당 책임이라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주장을 리트윗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데파페의 SNS 계정과 개인 블로그 등을 분석한 LA타임스 기사를 공유했다.
LA타임스는 해당기사에서 "공화당은 이제 주기적으로 증오와 음모 이론을 퍼뜨린다. 폭력은 이에 따른 결과라는 것은 충격적이지만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시민으로서 우리는 그들이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이 트윗에 댓글로 ‘산타모니카 옵서버’(Santa Monica Observer)라는 매체가 보도한 기사를 올려 논란을 촉발시켰다.
머스크는 "이 이야기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게 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운을 뗐다. 해당 매체는 펠로시 의장 남편 폴 펠로시가 남성 매춘부와 논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피습됐다는 허위 내용을 배포했다. 현재 이 보도물은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문제는 산타모니카 옵서버가 지난 2016년 클린턴이 사망했고, 대통령 선거 경선에 오른 사람은 클린턴이 아니라 그의 대역이라는 허위 주장을 한 바 있는 매체라는 사실이다.
미국의 팩트체크 전문 웹사이트인 ‘미디어 바이어스/팩트 체크’는 산타모니카 옵서버를 "일상적으로 잘못된 정보와 오해 소지가 있는 정보, 잘못된 출처"를 근거로 하는 "의심스러운 매체"라고 평가했다.
머스크가 자신의 트윗을 삭제하기 전까지 이미 2만 8000번 이상 리트윗됐으며, 10만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머스크는 이날 오후 2시께 해당 트윗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머스크의 이번 트윗은 그가 지난주에 인수한 트위터를 잘못된 정보와 증오를 바탕으로 운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트위터의 새로운 주인이 된 머스크는 최근 노골적으로 반(反) 민주당 성향을 드러내고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 정지 명령을 해제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잇따르고 있다.
트위터 대변인은 이 사태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