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업계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 "주택관리도 초격차…100년 지나도 변함없는 가치 지켜야죠"

■CEO&스토리

삼성물산 입사, 사우디 현장경험 후 귀국

건축물 엔지니어로 활동하다 日현장 파견

'분양후 준공하면 끝'이라 생각하던 시절

日 디벨로퍼의 각별한 시설관리에 '충격'

'사이버 빌리지' 프로젝트 통해 역량 키워

창업 새길, 4개법인 품어 사업영토 확장

타워팰리스·반포자이·부산 엘시티 등

2018년 업계 첫 관리사업장 1000곳 돌파

보안·미화·행정 등 탁월한 전문성 자부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이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 제공=우리관리노병용 우리관리 회장이 인터뷰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 제공=우리관리




“눈앞의 일을 열심히 하다 보니 지금의 자리에 와 있네요. 고지식한 ‘범생이’라 당연히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임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가졌는데 어느 순간 창업의 길로 나선 것이 벌써 20년이 지났습니다.”



1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우리관리 본사에서 만난 노병용 우리관리 대표이사(회장)는 국내 1위 집합건물 종합 관리 업체의 수장이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창업을 염두에 두고 달려온 것은 아니었다’고 말하는 중견기업인의 고백은 오히려 그가 창업을 숙명처럼 받아들여야 했던 배경에 귀를 기울이게 했다.

노 회장은 1984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17년간 ‘삼성맨’으로 일했다. 입사 직후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돼 5년간 모래바람을 맞으며 해외 건설 역군으로 활동했고 귀국 이후에는 현장에서 주택 등 건축물을 짓는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그러던 그에게 삼성그룹 차원에서 운영하는 ‘지역전문가제도’는 인생의 궤적을 새롭게 그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통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현지 언어와 정보 습득에 온 힘을 쏟을 수 있었던 시간은 노 회장이 ‘일본통’으로 경력을 쌓게 한 주춧돌이 됐다.

실제로 노 회장은 지역전문가 제도를 통해 일본 다이세이건설에 파견돼 당시 한국보다 앞섰던 일본의 건설 업계를 직접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또 게이오대 대학원 경영관리연구과(MBA)를 다니며 경영학을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다. 특히 부동산 자산관리의 마지막 단계인 ‘시설관리(Facility Management·FM)’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는 시간이기도 했다.

노 회장은 “일본은 디벨로퍼(시행업자)가 주택 공급을 주도하고 시설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데 그때만 해도 분양 후 준공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한국 건설사 직원 입장에서는 충격이 컸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일본에서는 디벨로퍼들이 공동주택 종합 관리 서비스 업체를 까다롭게 고르고 관리 과정에서 수집한 고객의 피드백을 토대로 차기 개발에 뛰어드는 일이 보편적이다. 반면 당시 한국은 건설사들이 국가 주도 택지 개발에 발맞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짓고 분양하는 데 치중해 시설관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 때문에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부동산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생소했다.

그가 시설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경험했다. ‘집은 짓기만 하면 팔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설사의 믿음은 이때 산산조각이 났다. 한보·대우 등 재계 순위 상위 그룹에 소속된 건설사들도 자금난에 연쇄 도산하는 상황에서 노 회장은 사내에 줄곧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분양 문제에 맞닥뜨린 삼성물산에는 주택 마케팅을 고민하는 상품개발팀이 신설됐다. 그곳의 팀장을 맡은 노 회장은 “공급자 위주였던 한국 주택 시장의 헤게모니가 소비자에게 넘어간 시점이 바로 이때”라고 회고했다.

노병용 우리관리 회장이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우리관리노병용 우리관리 회장이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제공=우리관리




변화는 단번에 오지 않았다. 그가 공동주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고했지만 회사에서는 수익성이 부족하다며 퇴짜를 놓았다. 몇 년 후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아파트 단지별로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당시 정부는 정보기술(IT) 강국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집에서도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었다. 삼성물산은 시범 사업에 뛰어들어 ADSL망을 새로 짓는 아파트에 깔아 세대에서 게임과 주문형비디오(VOD) 시청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했다. 노 회장은 이때 새롭게 조성되는 랜(LAN) 환경에서 관리사무소와 입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고안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삼성 사이버 빌리지’다. 여기에는 주변 상권에 대한 정보는 물론 세대별 하자 보수 요청, 관리사무소와의 소통 등이 살뜰하게 담겼다. 노 회장은 “지금이야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K-apt 공동주택관리시스템이 별도로 있어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아파트를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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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회장의 기발한 아이디어는 호평을 받았고 해당 사업 모델을 떼어내 자회사로 분사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그가 처음 고안했던 삼성 사이버 빌리지에 단지 내 중고 거래나 인근 업체의 광고 등 상업적 기능을 덧붙인 씨브이네트(CVnet) 서비스를 선보인 것도 그 즈음이다. 노 회장은 그곳에 초대 부사장으로 취임해 2만여 세대의 관리를 직접 경험한다. 하지만 분사 이후 회사의 지원이 생각보다 부족했던 데다 자신을 믿고 삼성물산에서 나와준 후배들이 열악한 사업 환경에서 고생하는 것을 보고 그는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그 당시도 주택관리업은 현존하는 비즈니스였지만 제가 맡았던 온라인 비즈니스는 막 태동했던 시기였기에 씨브이네트를 나와 온·오프라인의 융합을 시도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창업 초기 사람과 돈을 찾아 사방을 뛰어다녔다는 노 회장은 2001년 주택 종합 관리 회사인 신성관리를 처음 인수했으며 이듬해까지 현대종합관리와 한일주택관리·한일종합관리 등 총 4개 법인을 인수해 오늘날 우리관리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렇듯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후 우리관리는 2018년 업계 최초로 관리사업장 1000개를 돌파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 1위 자리를 쭉 지켜왔다. 2022년 9월 기준으로 1306개 사업장, 91만 세대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2차와 반포동 반포자이, 부산 중동 엘시티더레지던스 등이 우리관리의 위탁 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는 대표 단지들이다.

노 회장은 “우리관리는 종합 관리 회사를 지향하는 만큼 시설과 보안, 미화, 행정 업무 등 각 분야 인력들이 타 업체에 비해 월등히 많고 이들을 교육 및 인사 시스템을 통해 전문 인력으로 양성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에는 서울 도심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비롯한 공용시설의 차별화가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2017년 일본 오사카에서 준공 41년 차를 맞은 맨션을 방문한 일화를 언급했다. 당시 맨션의 주민대표는 ‘초기 입주자의 63%가 41년간 맨션과 더불어 살며 함께 노후화되고 있다’고 농담하면서 ‘31년 후인 2048년까지 장기 수선 계획을 세웠고 100년 수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관리 역시 준공 100년이 돼도 거주 가능하도록 아파트를 관리하는 노하우를 확보할 것”이라면서 “물리적인 업계 1위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면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하는 초격차 서비스를 통해 시설관리의 좋은 선례를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노병용 회장은

△1961년 경북 포항 △한양대 건축공학과 △1984년 삼성물산 입사 △ 사우디아라비아 근무 △일본 다이세이건설 파견 △1998년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 경영관리연구과 석사 △2000년 씨브이네트 부사장 △2002년 우리관리 대표이사 회장 △2014년 서울대 경영대학원 AMP(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2016년 사단법인 한국주택관리협회 제13대 협회장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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