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與野政, 부적절 언행 멈추고 군중 안전 매뉴얼 만들라


경찰이 ‘이태원 참사’ 4시간 전부터 위험을 예고하는 11건의 112 신고를 접수하고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일 “112 신고를 처리하는 현장의 대응이 미흡했다”면서 고강도 감찰을 약속했다.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 경찰청장,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와 오세훈 서울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은 이날 사전 대비 미흡 등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이 과정에서 책임 회피와 정치 공세에 급급한 일부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31일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무책임하게 주장해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 장관은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국가적 참사를 정쟁 도구로 활용하는 행태도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명백한 인재(人災)이고 정부의 무능과 불찰로 인한 참사가 맞다”고 윤석열 정부를 공격했다. “수습과 위로에 총력을 다할 때”라는 전날의 약속을 하루 만에 뒤집은 것이다. 이 대표가 “왜 과거에 했던 진입 통제도 없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지만 과거 이태원 축제에 진입 통제를 한 적은 없다. 친야 성향의 김어준 씨는 “이건 정치 문제가 맞다”고 몰아붙였다. 참사 당일 대통령 퇴진 집회를 주도했던 ‘촛불행동’은 희생자 추모를 앞세워 이번 주말 촛불 집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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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를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2차 가해성 글과 가짜 뉴스도 유족들의 상처를 덧내고 있다.

지금은 비난과 정쟁에서 벗어나 사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크라우드 매니지먼트(인파 관리)’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각각 연말과 핼러윈 축제 때 100만 명가량의 군중이 몰리는 미국 타임스스퀘어나 일본 도쿄 시부야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미국은 CCTV로 인원을 제한하고 보호 펜스 설치, 비상 공간 확보 등 인파 관리 매뉴얼로 대응하고 있다. 우리도 군중 밀집에 대비한 안전 관리 매뉴얼을 촘촘히 만들고 실천에 옮겨 참사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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