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슈 리포트]휘청이는 시진핑의 중국몽…"韓 '경중미몽( 經中迷夢)'서 깨어나야"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習의 1인 독재시대…한국의 과제는]

시진핑, 3연임 통해 정부 주도 발전 추진

공공 부문 경제 활동 핵심 정책 삼았지만

오바마→트럼프→바이든 정부와 마찰 지속

무역 제재 등 덮치며 경제성장률 하락세

외국인 직접투자 부진에 '기술굴기'은 주춤

코로나發 공급사슬 충격·우크라 전쟁 등

탈세계화 물결에 'G1전략'도 갈수록 차질

한국, 대중 무역 의존도 높아 우려 크지만

GVC 개편 등 산업경쟁력 확보 기회 삼아야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공산당 20차 당대회를 통해 3차 연임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상임위원회 전원을 ‘시자쥔(習家軍)’으로 구성하고 ‘시진핑 사상’을 당헌에 명기했다. 이에 따라 1970년 마오쩌둥 주석이 헌법 수정 초안 채택으로 1인 독재 체제를 구성한 이래 가장 강력한 지도자의 시대를 열었다. 그렇다면 향후 10년간 시 주석 영도 하에서 중국은 어떠한 변화를 보일 것이며 이는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이념 중심과 공동부유



시 주석 3연임의 핵심적인 정치적 대의는 10년 전 18차 당대회에서 그가 내걸었던 ‘중국몽(中國夢)’, 즉 중국식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건설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덩샤오핑·장쩌민·후진타오로 이어지는 경제 전문가 중시의 ‘전(專)’의 시대가 끝나고 사회주의 이념과 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홍(弘)’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40년간 중국의 발전 동력이었던 개방개혁 노선이 후퇴하고 대신 대내 지향, 이념 중시, 정부 주도 국가발전전략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시 주석이 내건 ‘전체 인민의 공동부유(共同富裕)’는 사회주의 이념을 기초로 한 경제 부흥이 목표다. 공동부유를 실현하기 위해 개인 부(富)의 축적을 추구하는 시장경제 기능 작용을 제한하고 정부 통제와 공공 부문의 경제활동 주도를 핵심 정책으로 한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코로나19 봉쇄’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한다.

미국 추월, 세계주도국가(G1) 건설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두 번째 100년 분투 목표’로 ‘세계주도국가(G1)’로의 도약을 제시했다. 국제정치 면에서 중국몽은 중국을 세계주도국가로 건설하는 것이다. 이러한 국가 목표의 1차 과제는 대만 통일이며 나아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의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중국의 야심 찬 국가전략은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불만과 의심을 야기했으며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무역 제재를 거쳐 현재 조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대응에 직면했다. 최근 미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전략, 핵 상황 검토, 미사일 방어 보고서’에서는 ‘중국’을 101번 언급하며 미국 국가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적시했다.

중국몽, 비관적 전망이 대세



과연 중국은 대망의 중국몽을 이룰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시 주석 3기의 중국몽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비관론이 대세를 이룬다.



첫째, 시 주석은 2020년에 중국 경제 규모를 2035년까지 2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중국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향후 15년간 연평균 5% 성장률을 실현해야 한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미 2023~2027년 5년간 평균 성장률을 4.56%로 전망했다. 이는 2011~2019년의 평균 성장률 7.34%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한편 2021년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2556달러로 세계은행의 고소득 국가 기준 1만 3205달러에 근접해 중소득 국가의 함정 문제로 과거처럼 고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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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경제성장률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생산성 향상이다. 그러나 시 주석 집권 기간인 지난 10년간 중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0.7%로 2007~2011년의 평균 3.5%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국내총생산(GDP) 평균 성장률은 2007~2011년 10.7%, 2012~2016년 7.4%, 2017~2021년 6%로 대폭 하락한 반면 같은 기간의 총투자율 평균은 44%대로 15년간 거의 같은 수준을 지속해왔다. 이는 중국 경제의 투자효율성이 갈수록 현저히 저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생산성의 80%가 민간기업에서 나오는 구조에서 앞으로 공동부유를 추구하기 위해 민간 부문보다 생산성이 낮은 공공 부문 위주로 경제성장을 추진한다면 생산성 저하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셋째, 생산성 하락은 자원 배분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며 그 원인은 중앙통제식 경제 운용과 관료주의 및 이에 따른 정책의 경직성 등 사회주의 경제 운용 시스템의 본질적 문제에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 70%를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추진했으나 현재 자급률은 30%를 밑돌고 있다. 외자기업 생산을 제외한 자급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당과 정부의 개입 강화와 공공 부문 주도의 성장으로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넷째, 외국인직접투자 부진과 해외 선진 첨단 기술에 대한 중국의 추격이 갈수록 어려워져 중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첨단 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와 더불어 ‘반도체동맹(칩4)’을 결성해 세계 반도체 공급사슬에서의 중국 ‘분리(decoupling)’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시 주석 3기 출범에 대해 해외투자가들은 중국 기업 주식을 대량 매도함으로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요 지수들은 당대회 기간 중 8~10%, 1년 전 대비 43~49% 하락했으며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세계 기관투자가들이 시 주석 1인 독주 체제 출현에 따른 ‘좌절과 분노’로 이탈했다고 평가했다.

‘디커플링 시대’, 세계경제 성장 저하



중국이 세계주도국가로 부상하려는 전략을 추진할수록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은 심화하고 이로 인해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위험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미중 갈등은 세계공급사슬(GVC)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세계 경제의 성장 동력인 해외직접투자와 무역을 위축시킨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공급사슬 충격,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간의 반도체 갈등 등으로 ‘탈세계화’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세계공급사슬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하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가속화될 세계공급사슬 재편은 세계 경제 전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저하시켜 세계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공급사슬 개편의 기회를 잡아라



중국 경제의 미래가 밝지 않다면 이는 당연히 한국 경제에 나쁜 소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1% 낮아지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1~0.15%포인트 하락한다. IMF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평균 2.4%로 전망했다. 이는 2010년대 성장률 2.95%보다 무려 0.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즉 향후 중국은 5%대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한국도 3% 성장률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10월까지 중국은 한국 수출의 23%를 점유했으며 수출품의 80%는 중간재가 차지했다. 반대로 한국은 중국 수입에서 2위(7.5%)를 기록했다. 이러한 한국과 중국 간의 공급사슬은 현재 미국의 대중국 기술 제재로 위협받고 있다.

한국이 미국의 기술 제재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기술 추격을 늦추는 대책은 적극적인 글로벌공급사슬 개편과 산업 경쟁력 강화다. 특히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공급사슬 재편은 한국이 중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정부와 기업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글로벌공급사슬 개편과 산업 경쟁력 확보, 적극적인 투자에 달려 있다.




김 전 교수는…KB국민은행 부행장과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등을 거쳐 연세대 경영대 객원교수와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를 지냈다. 저서로는 ‘대불황의 시대, 한국 경제 어디로 가고 있는가(2016년)’와 ‘한국 경제, 반전의 조건 (2018년)’ ‘혼돈의 시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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