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이유서에 상세한 내용을 적지 않았다는 이유로 검찰의 항소 범위를 제대로 심리하지 않은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최근 약사 A씨의 약사법 위반 혐의를 심리하지 않은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5∼2017년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B씨의 약국에 근무하는 것처럼 이름만 올리고 매달 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B씨와 함께 기소됐다. B씨는 건보공단에서 1인당 조제 건수가 적을수록 조제료를 많이 지급하는 허점을 노려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에게 사기 방조,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방조, 약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으나 1심에선 모든 혐의에 무죄가 나왔다.
A씨가 B씨의 사기와 건강보험법 위반 범행을 알고 동참했다고 보기 어렵고, B씨의 약국에서 상시 근무하진 않았어도 일부 근무해 명의대여로 볼 수 없다는 게 1심 판단이었다.
2심은 1심과 달리 A씨의 사기 방조와 건강보험법 위반 방조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도 약사법 위반죄는 판단하지 않았다. 검찰이 항소이유서에 약사법 위반죄와 관련한 내용을 쓰지 않아 이 부분은 항소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항소장에 '전부 항소'라고 적은 뒤 항소이유서에 '피고인이 약사로 허위 등록되는 사실을 알고도 약사 면허를 대여해 B씨의 사기·건강보험법 위반 범행을 방조했다는 점이 인정되는데도 무죄를 선고한 원심에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썼다.
대법원은 "검사가 항소장과 항소이유서에 약사법 위반 부분에 관한 항소 이유를 적법하게 기재했다"며 "검사의 항소이유를 판단하지 않고 1심 무죄 판결을 유지한 것은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의 사기·건강보험법 위반 방조 부분 공소사실은 약사 면허를 대여한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검사가 약사법 위반 부분만 다투지 않는다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