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 우리가 몽골에 나무를 심는 이유

이여홍 주몽골 한국대사

토지 황폐화·대기오염 심각한 몽골

나무심기 등 투자 프로젝트 잇달아

몽골 사막화는 韓에도 황사 등 영향

산림녹화 성공 비결 적극 전파해야






까만 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은하수, 끝없이 펼쳐진 푸른 대초원, 평화롭게 풀을 뜯는 가축들과 유목민 게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몽골의 이미지다.

하지만 현지 사정은 조금 더 삭막하다. 영하 40도 이상의 혹한을 견디기 위해 몽골 유목민들은 가공되지 않은 석탄, 폐타이어 등을 연료로 태운다. 도시 사람들은 까만 연기를 내뿜는 낡은 중고차를 끌고 도로를 누빈다. 해마다 이때쯤 되면 두꺼운 연무와 대기오염 물질이 분지로 이뤄진 울란바토르에 켜켜이 쌓이는 이유다. 몽골은 2019년 초미세먼지량 기준 세계에서 세 번째로 대기오염 수치가 높은 나라다.







몽골은 전체 국토의 76.9%, 즉 한반도의 5배 면적이 사막화 영향을 받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토지 황폐화를 겪고 있다. 몽골 자연환경관광부에 따르면 지난 60년간 세계 평균기온이 0.7도 상승하는 동안 몽골은 무려 2.1도 상승했으며 지난 30년간 1166개의 호수와 887개의 강, 2096개의 샘이 사라졌다. 이는 물 부족, 도시 밀집화, 환경 난민, 호흡기 질환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며 몽골 생태를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자연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들을 먼저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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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배경하에 우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은 지난해 제66차 유엔총회를 계기로 2030년까지 10억 그루 나무 심기, 탄소 배출 26% 감축, 기후변화 대응에 국내총생산(GDP) 1% 지출 등 야심 찬 계획들을 발표하고 이후 다양한 후속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몽골 사막화는 이 지역에서 불어오는 황사 바람의 영향을 받고 있어 우리나라에도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우리에게 마스크는 원래 미세먼지 차단용으로 친숙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산림녹화 성공 사례로 인정받고 있음을 생각할 때 대한민국 대사로서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기도 한다.

1982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우리나라를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녹화에 성공한 유일한 개발도상국’으로 평가했다. 우리는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와 녹색기후기금(GCF) 유치국으로서 기후 분야 국제 협력을 이끌고 있으며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국제사회 내 선도적 역할 수행을 주요 국정철학으로 삼고 있다. 몽골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역량과 의지를 갖춘 최적의 협력 파트너가 바로 대한민국인 것이다.

이런 기대에 부응하고자 우리 대사관은 1월 현지 10여 개 공공기관과 함께 ‘한몽 녹색 전환 협력 태스크포스(TF)’를 발족시켰다. TF는 몽골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지원할 뿐 아니라 기존 사업과 기후변화 대응 간 연계도 도모한다.

TF 활동의 일환으로 나무 심기는 물론 정책 설명회, 광산 식목 경험 공유 세미나 등을 개최했고 5월에는 사진전을 열어 수만 명의 시민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관광공사 몽골지사는 방한 관광객 1명당 한 그루의 나무 구입비를 기증하는 캠페인을 벌여 높은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아직도 과제는 산적해 있다. 우리 개발 원조 사업들이 현지에서 잘 정착해 지속되도록 몽골 유관 기관 관계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앞으로도 TF는 ‘팀 코리아’로서 정부 간 협력 사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외 분야에서의 임무도 발굴해 작지만 의미 있는 한 걸음을 이어갈 것이다.

몽골에는 ‘생명의 원천은 물이고 물의 원천은 나무’라는 말이 있다. 나무 심기는 결국 땅의 성질을 바꿔 생명이 자라게 하는 작업이다. TF의 노력에 힘입어서일까. 최근 국내 민간에서도 몽골 나무 심기 동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 노력들이 모여 머지않은 미래에 이곳에 숲을 이루는 기적을 꿈꾸며 한몽 관계도 자라나는 나무처럼 성장해 더 많은 결실을 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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