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비공개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경찰청은 해당 문서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청이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달 31일 주요 시민단체의 동향과 언론 보도 추이 등의 정보를 수집·분석해 작성한 이 문건은 ‘특별취급’으로 분류돼 대통령실 등 상급 관계기관에 배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에는 진보 성향 단체가 정부를 압박할 계획이며, 정부 책임론이 부각될 조짐이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경찰청이 6일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경찰청 정보분석과에서 작성됐다. 경찰은 해당 문건을 작성한 이유에 대해 “사고 발생 이후 모든 정부 기관이 사고 수습 및 재난 대응 강화에 집중하는 상황에서 관계기관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문건에 시민단체 내부 회의 내용 등이 담기면서 경찰이 시민을 불법 사찰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으나, 경찰청은 정보 수집 목적이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작성의 법적 근거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및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등”이라며 “해당 자료는 안전사고 (사후) 대응에 관한 내용이어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관련 법령에 부합하는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문은 보도되지 않았으나, 해당 자료 목차에 보면 △산업현장 안전관리 문제점 △‘안전한국훈련’ 관련 현장 요망사항 등 예방적 관점의 정책 개선 관련 보고서가 포함되어 있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다만, 해당 문서가 어디까지 보고됐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경찰은 “31일 아침에 (문건을) 관계기관에 전파했다”면서도 "해당 자료가 관련 법령에 따라 이미 폐기된 상태여서 보고 경로를 특정해 답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청은 지난달 31일 언론보도 및 시민단체 동향 파악용 비공개 내부 문건을 작성했다. 표지에는 ‘특별취급’ 이라는 단어를 적어 보안을 강조했다. 문건에는 “세월호 사고 당시 정부의 대응 미비점을 상기시키거나 지난 정부의 핼러윈 대비 조치와 올해를 비교하는 카페 글·카카오톡 지라시를 공유하며 정부 성토 여론 형성에 주력(한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위 공직자의 부적절한 처신을 차단하고 정부 관계자가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