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은 ‘진단이 곧 사형선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내 10대 암 가운데 최악의 예후를 보인다. 초기 증상이 없어 대부분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병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2019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3.9%에 불과하다.
그러나 체중과 혈당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경우 췌장암을 최대 3년 일찍 발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서레이 대학 아그네츠카 레만스카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온라인 과학 전문지 ‘공공과학도서관(PLOS ONE)’을 통해 이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췌장암 초기 단계 증상을 확인하기 위해 2007~2020년 췌장암을 진단받은 환자 8777명의 진단 전 5년간 건강 데이터 변화를 대조군 집단 3만4979명의 자료와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췌장암 환자는 진단받기 2년 전부터 급격한 체중 감소를 보였고, 체질량 지수(BMI)가 진단 당시 대조군 평균보다 3 정도 낮았다. 특히 당뇨병 환자가 체중이 감소할 경우 당뇨병을 앓지 않은 사람보다 발병 위험이 높았다.
또한 췌장암 환자는 진단 받기 3년 전부터 당화혈색소(HbA1c)가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화혈색소는 포도당과 결합한 혈색소로, 2~3개월 정도의 평균 혈당 상태를 확인하는 지표다.
고혈당의 경우에는 당뇨병 환자보다 당뇨병을 앓지 않던 사람에게 나타났을 때 췌장암 발병 신호일 가능성이 컸다.
연구진은 “췌장암 진단을 받기 몇 년 전에 환자의 체중 감소와 혈당 증가가 명확하게 감지됐다”며 “BMI와 당화혈색소는 쉽게 수집되는 간단한 검사 결과이므로, 정기적으로 확인해보는 게 췌장암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췌장암은 인슐린과 소화 효소를 분비하는 췌장에 생긴 악성 종양으로 주요 증상은 복통,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황달 등이다. 또 췌장암이 발생하면 변 색깔이 기존보다 하얗게 변할 수 있다. 정상적인 대변의 색깔이 갈색인 이유는 담즙 때문인데 췌장에 발생한 암 덩어리에 의해 담즙의 정상적 배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가족력을 비롯해 흡연·만성 췌장염·노화 등을 위험 인자로 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