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野 '부자감세' 프레임에…법인·종부세 등 19개 세법 '올스톱'

[尹정부 출범 6개월]

■巨野에 막힌 국정과제

소득세서 가업상속·금투세까지

정부안 모두 상임위 상정도 못해

소위구성 안돼 협상 자체 불가능

연말 예산국회서도 통과 힘들듯

與 "野 발목잡기 안돼" 협조 촉구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특별공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여야의 의견 차로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로 접어드는 가운데 지난달 20일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특별공제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여야의 의견 차로 사실상 무산되는 분위기로 접어드는 가운데 지난달 20일 한 시민이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 경제정책 기조가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나도록 야당의 ‘부자 감세’ 프레임에 발목이 잡혀 있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 여당이 9월 법인세·상속세·부동산세(종합부동산세) 등 대대적인 세제 개편을 발표했지만 이후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연말 예산 국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세제개편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철학의 대결이라며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 사이 정부가 제출한 19개의 세법 개정 법안은 국회에 그대로 잠들어 있게 될 형국이다.

8일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 19개(10월 말 기준)는 모두 상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세법 개정을 다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조차 구성되지 않아 여야 논의 자체가 없는 형편이다. 의원 발의건을 합하면 무려 747건의 세법개정안이 완전히 묶여 잠들어 있는 것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정부의 감세 기조에 전면 반대하고 있어 소위 구성부터 법안 논의까지 전반적인 법안 심사 절차가 차질을 빚고 있다.

기재위의 여당 간사인 류성걸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세제 개편은 기본적으로 정부와 여야가 함께 발맞춰나가는 게 바람직하지만 민주당의 발목 잡기가 현재 계속되고 있다”며 야당의 협조를 거듭 촉구했다.

우선 급한 것은 법인세 인하다. 정부는 기업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4단계에서 2~3단계로 단순화하고 현행 25%인 최고세율도 22%로 인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대기업 감세라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법인세 인하는 당론으로 정한 만큼, 가령 1%포인트라도 낮춰주는 방식의 중재도 단연코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반도체·배터리 등 일부 산업에 대해 중견·중소기업 특례 세율(10%)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정도의 논의는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책의 일환인 가업상속공제 대상·한도 확대 논의 역시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당은 중소기업의 원활한 가업승계를 도와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 기재위 간사인 신동근 의원은 “(정부 제시안은) 완화 폭이 너무 커 부의 대물림이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금융시장 활성화를 위해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유예하고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100억 원으로 상향하는 방침도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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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완화 역시 정부가 꼽는 주요 감세 정책 중 하나지만 진척 사항이 없다. 당정은 종부세 특별공제 3억 원을 도입해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비과세 기준을 11억 원에서 14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불발되며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0월 본회의 통과가 무산됐고 올해 종부세 고지 인원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기게 됐다.

국민의힘은 “비정상적인 세제를 정상화하려던 것”이라며 법안 통과 무산의 책임을 민주당에 돌렸다. 민주당은 “여당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로 못 박은 이상 추가 협상은 불가능하다. 이제 와서 합의해준다고 얻을 정치적 이득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물론 여야가 올해 안에 합의를 이루고 내년 환급을 통해 종부세를 감면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이 큰 만큼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세제개편안을 논의할 기재위 조세소위 구성 역시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통상 기재위 조세소위는 여당이 위원장을 맡아 운영해왔지만 올해는 민주당이 위원장 자리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다. 이에 대해 여당 기재위 관계자들은 “원래 조세나 예산 소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왔는데 야당의 반대로 논의도 못 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여야 합의가 가능한 예산안 등과 달리 세제개편안은 소위 구성 없이는 협상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민주당이 먼저 논의에 나서야 물꼬가 트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당 의원은 “소위에서 법안을 상세히 논의하는 방식으로 협치를 이끌어내야 한다. 소위에서는 빈약한 논리가 통하지 않아 실효성 있는 논의가 가능하다”면서도 “야당은 당 대표를 중심으로 상임위가 움직이고 있다 보니 현재 상황에서 논의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류 의원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여당이지만 전체 의석수로는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어떤 안건도 처리할 수 없다”며 “모든 것을 부자 감세라고 하기보다 조정을 통해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한나 기자·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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