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가 즐비했던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지나면서 보름가량 사이에 국내 20대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4조 원 가까이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서울경제가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의 3분기 실적 발표 전후 증권사 전망치(컨센서스)를 바탕으로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금융·지주사 제외)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부분 기업들의 수익 전망치가 대폭 낮아졌다. 본격적인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지난달 21일 기준) 총 75조 5522억 원이었던 상위 20개사의 영업이익 총합은 18일 만인 8일 기준 총 71조 6221억 원으로 3조 9301억 원(5.20%) 줄어들었다.
삼성전자(005930)는 올해 총 47조 63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돼 2주 전인 지난달 21일 전망치(48조 624억 원)보다 4244억 원 축소됐다. SK하이닉스(000660)(-1조 3499억 원), 현대차(005380)(-1조 3352억 원), 기아(000270)(-1조 895억 원) 등은 1조 원 이상 기대치가 줄었다. 실적 발표 시즌 전보다 영업이익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 곳은 20곳 중 14곳에 달했다.
문제는 잘 팔고도 수익성이 나빠지는 상황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기간 20개 기업의 전체 매출 예상액은 1053조 3180억 원에서 1068조 138억 원으로 14조 원 이상 늘어났지만 영업이익률은 7.17%에서 6.71%로 쪼그라들었다. 원자재·물류 비용 등 제조 비용이 늘면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생산 비용 부담이 더욱 커졌고 각국이 자국 보호를 위해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펴는 점도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은 3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이 같은 기업들의 위기를 눈으로 확인한 결과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8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영업이익 1조 6556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직전 증권사 예상치였던 2조 1569억 원보다 5000억 원 이상 적었다. 삼성전자도 지난달 7일 공시한 잠정 실적 발표에서 증권사의 예상보다 1조 원 이상 줄어든 영업이익을 공개했다. 경제계에서는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정부가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문태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정책팀장은 “정부가 대외 불확실성 관리를 통해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고 금융 지원, 규제 혁신 등에 적극 나서 경영에 ‘막힌 혈’을 뚫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