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韓 경제, 다층적 복합위기 노출…정치적 리더십으로 극복해야"

[2023 한국경제 대전망]경제전문가 26인의 경고

세계경제 美·서구 VS 中러 탈바꿈

韓,대중 중간재 수출 타격 불가피

제조업 격차확대 시간 번건 긍정적

고물가·고금리에 불확실성 고조

최악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갈수도





올해 경제 키워드로 ‘합종연횡’을 선정했던 국내 경제 전문가들이 내년 경제 키워드로 ‘천하양분’을 꼽았다. 코로나19 전후로 통상 마찰과 기술 패권 경쟁을 벌이며 편 가르기를 하던 미국과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확정을 계기로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진영으로 완벽히 분리됐다는 것이다. 이 같은 ‘대분열의 시대’와 마주한 한국은 기존의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미국 없는 중국 시장’과 ‘중국 없는 미국 시장’에서 각각 살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9일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경제 전문가 25인과 함께 쓴 ‘2023 한국경제 대전망’ 출판 간담회에서 “10년 이내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를 추월하면서 세계경제의 커다란 두 진영이 갈리는 천하양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영국보다 경제 규모가 커진 1872년 이후 약 160년 만에 세계 1등 국가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시진핑 3기가 시작되면서 두 진영이 전혀 다른 체제와 가치를 지향하게 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세계경제의 합종연횡을 지나 미국·서구 블록과 중국·러시아 블록으로 나뉘는 구조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최근 몇 년간 미국이 중국을 견제했으나 팽창을 저지하는 데 실패하면서 양국 간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 교수가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67.1%에서 2020년 71.1%, 2021년 75.9%로 빠르게 확대됐다. 최근 5년간 미중 성장 추세를 비춰봤을 때 2022년 78.6%에서 남은 21.4%포인트를 좁히는 데 걸리는 시간은 6.8년으로 2029년이면 중국이 미국 경제 규모를 추월하게 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방중(訪中)에서 보듯 중국 시장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아직도 굳건하다”며 “진영화의 결과가 한쪽을 고립시키기보다는 시장이 양분되는 형태로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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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강대국 간 갈등 국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만큼 한국의 선택도 중요해졌다. 최근 가시화된 대중(對中) 무역 적자에서 확인할 수 있듯 당장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 제조업과의 격차를 벌릴 시간을 벌었다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또 중국 기술이 없는 서방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에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양자택일이라는 단면적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우리의 장점을 가지고 가치사슬별로 최적의 파트너와 일관되고 원칙 있는 국제 협력을 통해 살길을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내년 경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이날 경제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갈등은 물론이고 에너지 문제와 고물가·고금리 등 경제·금융 불안 등 여러 차원의 위기가 상호 증폭 전개되면서 다층적 ‘복합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추이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예측하기 힘든 만큼 우리 경제가 큰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거시경제 불확실성 문제의 핵심은 수급 불균형, 세계화 후퇴, 공급망 재편 등 공급 충격”이라며 “공급망 전개나 주요국 거시 정책에 따라 최악의 경우 물가는 잡지 못한 채 경기가 악화되는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성장·환율 불안으로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기로 한 교육·노동·연금 등 3대 개혁과제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도 나왔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연금·노동 등 3대 개혁 모두 이행 당사자들의 극심한 반대가 예상되는 가운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부단한 설득과 토론이 요구된다”며 “어느 때보다 정치적 리더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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