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하원은 공화, 상원은 오리무중…인플레 분노에도 '레드 웨이브'는 없었다

■ 美 중간선거 유권자 출구조사

투표 핵심 이슈로 '인플레' 꼽아

절반 가량 "현정부가 국가 해쳐"

흑인 유권자도 공화당으로 이탈

바이든, 정책입법권 사실상 상실

상원 초박빙 승부 속 조지아는

연말 결선투표 치를 가능성 커

바이든 안도속 재선 도전 불투명

9일(현지 시간) 미국 중간선거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존 페터먼 후보가 공화당 측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누르고 승리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페터먼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자리를 공화당으로부터 빼앗으면서 민주당은 상원 수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9일(현지 시간) 미국 중간선거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 존 페터먼 후보가 공화당 측 후보를 근소한 표차로 누르고 승리하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페터먼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주 상원의원 자리를 공화당으로부터 빼앗으면서 민주당은 상원 수성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AFP연합뉴스








“‘공화당 바람(Red Wave)’은 없었다.”

9일(현지 시각) 오전 2시께, 상원은 물론 하원 선거에서도 개표 상황이 초박빙 양상으로 전개되자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들은 이같이 타전했다. 선거 전에 수많은 여론조사가 공화당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민주당이 예상 밖의 선전을 한 것이다.

미 언론들은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 미흡 등으로 조 바이든 정부를 심판하면서도 ‘힘의 균형’을 택했다고 평가했다. ‘먹고사는’ 문제인 경제정책이 가장 중요하지만 낙태나 총기,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사 문제 등도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숨을 돌리게 됐으나 입법권과 예산권 등을 가진 하원을 공화당에 넘겨주면서 남은 2년간 국정 동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CNN 등에 따르면 하원은 공화당이 장악했지만 상원은 조지아주 결선 투표에 따라 주인이 갈리게 됐다. 아깝게 50% 득표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1위를 한 민주당의 라파엘 워녹 후보가 결선에서 이기면 상원은 50 대 50으로 나뉘어 사실상 민주당이 가져간다. 상원은 동수인 경우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쥐기 때문이다. 결선에서 워녹이 상대 후보에게 역전당하면 상원마저 공화당이 장악하게 된다.

9일(현지 시간)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플로리다주에서 승리를 확정 지으며 3선에 성공하자 마이애미의 힐튼마이애미에어포트블루라군에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모인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9일(현지 시간)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플로리다주에서 승리를 확정 지으며 3선에 성공하자 마이애미의 힐튼마이애미에어포트블루라군에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옷을 입고 모인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다만 행정부를 견제할 막대한 권한을 가진 하원을 공화당이 장악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심판론’도 작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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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하원이 공화당으로 넘어간 이유로 미 언론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꼽는다. 에머슨리서치가 CNN·NBC·ABC 등 미국 방송사들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출구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이 현재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투표에 영향을 미친 핵심 요인에 대한 질문에는 ‘인플레이션’을 꼽은 유권자가 31%로 가장 많았으며 낙태 문제(27%), 범죄(11%), 총기 정책(11%) 등이 뒤를 이었다. 인플레이션이 가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어려웠다(20%)’ ‘상당히 어려웠다(59%)’ 등 부정적 답변이 79%에 달했으며 ‘인플레이션을 다루는 데 있어 어느 당을 더 신뢰하는가’라는 질문에 민주당을 꼽은 유권자는 42%에 그쳤다. 반면 공화당은 54%로 절반을 넘었다.

40년 만에 닥친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민생고가 바이든 행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낳았고 이번 선거에서 바이든 정부의 힘을 빼는 결과로 귀결된 셈이다. 이날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45%’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2018년 중간선거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절반에 가까운 유권자(46%)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이 ‘나라를 해치고 있다’고 답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온 흑인과 라틴계 미국인들의 표가 공화당으로 이탈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출구조사 결과 이번 선거에서 흑인 유권자들의 공화당 지지율은 13%로 나타났다. 2018년 중간선거 당시 흑인의 공화당 지지율은 8%에 불과했다. 선거 전날인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를 뽑겠다’고 답한 흑인 유권자는 17%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최초로 인도계 흑인 여성인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에 앉혔음에도 흑인 표가 이탈했다는 점은 민주당에 뼈아픈 대목이다.

이번 선거에서 하원을 공화당에 내주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남은 2년의 임기를 공화당과 씨름하며 보내게 됐다. 입법권과 예산권 등에서 사사건건 공화당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선거 기간 학자금대출 탕감 등 민주당의 매표 행위를 막겠다면서 부채 상한 감축을 지렛대로 삼아 메디케어 등 각종 복지 정책 개혁과 같은 보수적 정책을 관철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번 선거 결과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는 더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낮은 만큼 재선 출마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할 가능성은 있으나 당내에 마땅한 차기 주자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상원 승리를 바탕으로 재선 도전의 명분을 얻고 바이든 대 트럼프 구도의 싸움을 다시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능현 기자·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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