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먼저 가려고 경쟁하지 않고 예쁜 숲길을 천천히 걸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12일 오전 대전 만년동 한밭수목원. 오색 빛깔의 낙엽이 내려앉은 수목원 광장에 아침부터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왔다는 대전문정초 3학년 최지환 군은 “아침에 늦잠을 잘까 하다가 부모님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막상 오니까 기분이 좋다”며 “걷기 운동도 하고 경품도 받아서 집에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밭수목원에서는 산림청과 대전시, 서울경제가 공동 주최한 ‘도시숲 사랑 달팽이 마라톤’ 행사가 열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잠정 중단됐다 3년 만에 도시숲을 직접 걷는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됐다. 정부대전청사와 엑스포과학공원 사이에 위치한 한밭수목원은 지난 2005년 개원한 국내 최대 도심 속 인공수목원이다.
‘대전의 허파’로 불리는 한밭수목원의 전체 면적은 39만4000㎡(약 12만평)으로 동·서원과 광장 등에 1504종 60만8000여본의 식물과 나무가 식재돼있다. 습지원과 생태숲, 관목원, 야생화원 등 테마별로 수목원을 배치해 각종 식물종의 유전자 보존은 물론 청소년 체험학습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체 구간이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수목원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오전 10시 행사가 시작되자 500여명의 참석자들은 한밭수목원 서원 산책로를 출발해 동원을 거쳐 다시 서원 잔디광장으로 돌아오는 2.8㎞ 구간을 1시간가량 걸었다. 세종시에서 왔다는 주부 오수미 씨는 “평소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단풍도 너무 예쁘고 각종 나무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줄 몰랐다”며 “중간에 휴식공간도 많아 다음 주말에도 가족들이랑 다시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봉명동에 거주하는 최지훈 씨는 “평소에도 한밭수목원을 자주 찾는데 오늘따라 날씨도 좋고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며 “대전의 명물인 한밭수목원이 이번 기회에 더 많이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찾아줬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부대행사로 소나무 화분 나누기와 산불 예방 사진전도 열렸다. 대전 서구을을 지역구로 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후 위기의 시대에 더 많은 사람들이 도심 속에서 힐링과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철모 대전 서구청장은 “한밭수목원은 과거 대전지하철 공사를 하면서 나온 흙으로 만든 친환경 수목원”이라며 “시민들이 더욱 안전하게 쾌적하게 수목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이날 대전 한밭수목원 외에 서울숲공원, 부산시민공원, 춘천공지천조각공원, 광주호호수생태공원에서도 비대면으로 도시숲사랑 걷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해법으로 도시숲의 역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에 맞춰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와 홍보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이번 달팽이 마라톤 행사가 도시의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평균기온을 낮추는 도시숲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이정표가 됐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산림청은 도시숲 확대는 물론 국가숲길과 국가정원 지정도 체계적으로 추진해 산림 자원의 미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