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테크

"떨어질 때마다 산다"…개미 사재기에 엔화 동났다

4대 은행 한달간 2755억원 환전

하루 평균 환전액 2.5배로 늘어

한도 초과에 타지점 안내하기도

일본 자유여행 재개·엔화 하락세에

소액으로 꾸준히 환전 수요 많아

환테크는 적금보다 '단타' 유행





서울 광화문 인근 직장에 다니는 A(39) 씨는 11일 주거래 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엔화 환전을 신청한 뒤 현금 수령지로 회사 근처 은행 지점을 입력했다. 하지만 해당 은행은 “선택한 영업점의 모바일 및 인터넷 환전 예약 신청 증가로 엔화의 환전 가능 한도가 일시적으로 부족하다”며 “다른 영업점을 선택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엔화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엔화를 사뒀던 A 씨는 “올 들어 1000만 원 정도 원화를 엔화로 바꾸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엔화를 사려는 사람들이 엄청 늘어난 듯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일본 자유 여행이 재개된 데다 일본 엔화 가격이 하락하면서 엔화를 사 모으는 개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엔화 환전 수요가 몰린 도심 내 일부 은행 지점에서는 환전 일일 한도가 넘어서면서 타 지점에서의 환전을 유도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최근 한 달(10월 10일~11월 9일) 기준 엔화 환전 규모는 290억 136만 엔에 달했다. 11일 기준 환율(100엔=950원 25전)을 적용하면 2755억 원이 넘는다. 특히 최근 들어 엔화 환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주(7~9일) 하루 평균 환전 엔화(평일 기준)는 17억 918만 엔으로 전주(10월 31일~11월 4일) 10억 1313만 엔보다 68.7% 급증했다. 하루 평균 7억 엔 정도 환전됐던 10월 둘째 주(10~14일)와 비교하면 2.5배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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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환전 수요가 최근 급증한 것은 원화 대비 엔화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28일 100엔당 997원 20전까지 올랐던 엔화 가격은 최근 하향세가 이어지면서 950원대까지 내려왔다. 9일에는 934원 57전까지 떨어져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11일 장중에는 920원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환전보다는 소액이지만 꾸준히 엔화로 바꾸려는 수요가 많은 듯하다”며 “엔화 가격이 떨어질 때마다 사두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서는 엔화를 매수한 사실을 인증하는 글이나 엔화를 활용한 환테크 방법을 알려주는 글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는 엔화 적금 등을 활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적금보다는 엔화 가격이 하락하면 사고 상승하면 파는 ‘단타 투자’가 유행하는 모습이다. 예컨대 전체 투자금을 일정 금액으로 나눈 뒤 엔화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사고, 일정 수준 이상 목표치보다 상승할 경우에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식이다.

재테크 수단으로 엔화를 환전하는 수요 이외에 최근 일본 자유 여행이 재개되면서 일본 여행 준비객들의 수요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달 일본 여행객은 29만 3000명을 기록해 전달(12만 2000명)보다 2.4배 급증했다. 당장은 아니라도 내년 초 일본 여행 계획을 세워둔 수요자들까지 최근 엔화 가격 하락을 틈타 미리 환전을 해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가 엔화 약세를 지지하고 있는 만큼 엔화 가격이 급격하게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다만 환율은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엔화는 이전과 달리 달러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강달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기는 하지만 환율은 변동성이 큰 만큼 환투자는 조심스러워야 한다”며 “개인이라면 욕심을 내기보다는 소액으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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