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300km 밖 공단에 웃돈까지…조선사, 이번엔 협력사 쟁탈전

현대삼호重 대불산단 사외 협력사

삼성重과 '블록 생산' 계약 체결

생산 공정 차질시 경쟁사 갈등 불씨


역대급 수주 호황에도 만성적인 인력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조선사들이 협력사 확보 쟁탈전에 돌입했다. 일감은 쌓여가는데 일할 인력이 없다 보니 조선소에서 300㎞나 떨어진 공단까지 찾아가 웃돈을 주고 납품 계약을 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인력 빼가기로 한 차례 갈등을 겪었던 조선 업계가 이번에는 협력사 확보를 놓고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010140)은 최근 전남 영암 대불산단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 사외 협력사 몇 곳과 블록 생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불산단에서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경남 거제시까지는 해상 거리로 약 300㎞ 떨어져 있다. 협력사들은 주로 인근에 있는 대형 조선소에 납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불산단은 울산과 거제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로 큰 조선산업 단지로 현대중공업(329180)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역 협력 업체들은 대부분 현대삼호로부터 일감을 받아 블록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가 삼성중공업의 이번 납품계약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삼성중공업이 300㎞나 떨어진 경쟁사의 협력 블록 생산 업체까지 포섭한 것은 그만큼 조선소들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올해 본격화된 신조선 호황에 일감이 쏟아지고 있지만 일할 인력과 협력사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입도선매’급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의 사외 협력사들과 새로 계약했다”며 “수백㎞ 떨어진 곳에서 협력사를 구한 것은 인력 수급에 구멍이 났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조선사들은 신규 인력 유입이 없어 생산공정 차질을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과거 조선소에서 일했던 베테랑 용정공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신축 공장 현장으로 대거 떠났다. 업황 회복에도 임금 수준이 여전히 타업종 대비 낮아 조선소의 인력난을 심화시키고 있다. ‘조선소 일은 어렵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팽배해 젊은 층의 유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협력사 쟁탈전이 조선 업계에 새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앞서 올 9월 대우조선해양(042660)과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이 자사 인력을 빼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다. 올해 초 현대중공업 공개 채용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인력이 대거 넘어가기도 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베트남 용접공 1100여 명의 입국까지 지연되면서 조선소들마다 생산공정 지연을 막기 위해 비상이 걸린 상황”이라며 “일감 처리를 위한 협력사 확보를 놓고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