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내세워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11일 서울 여의도역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을 열고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경찰에 수사를 맡기고 결과를 기다리자는 것은 결국 경찰·정부의 책임을 묻어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이 대표는 9일 참사 희생자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자고 요구했다. 마침 대장동 개발 의혹의 몸통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는 시점이다. 이 대표가 자신의 각종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해 참사의 정쟁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최근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 대표 정무비서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빨라지고 있다. 정 실장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1억 4000만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9일 정 실장의 자택 등을 압수 수색했는데 영장에는 이 대표와 정 실장이 ‘정치적 공동체’로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은 8억 47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대표의 경기지사 재임 시절 경기평화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전 의원 등이 연루된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자신이 직접 ‘측근’이라고 거론한 인사들이 검찰의 강제수사 대상이 됐다면 사과하고 해명하는 것이 정치 지도자의 도리다. 하지만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사업의 결재권자였던 이 대표는 10일 정 실장의 의혹에 대해 “검찰이 훌륭한 소설가가 되기는 쉽지 않겠다”면서 “검찰의 창작 완성도가 매우 낮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남 탓만 하고 장외투쟁을 벌인다고 의혹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 성남 FC 후원금, 대북 송금 등 제기된 모든 의혹들에 대해 진지하게 소명하고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