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사라진 노재팬…새로운 한일 관계 열리나[최수문기자의 트래블로그]

포켓몬빵 열풍 이어 日여행 급증하지만

경제 쇠퇴에 '저렴한 관광지' 인식 변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본산 브랜드가 시나브로 다시 유입되는 가운데 일본 여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노(NO) 재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노재팬’은 2019년 본격화된 일본 여행 및 상품 등의 불매운동을 의미한다. 당시 일본의 자의적인 수출규제 조치에 따라 일어났던 ‘노재팬’ 운동은 최근 팬데믹의 해소 과정과 한일 협력 분위기 속에서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여행사 하나투어의 집계에 따르면 10월 한 달간 이 회사의 해외여행 상품을 이용해 떠난 여행 목적지 1위가 일본으로, 비중은 전체의 28.0%였다. 10월에 예약된 여행 상품 기준으로는 더 높아 일본이 33.4%나 됐다. 일본이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로 다시 올라선 것이다.

더불어 일본산 가전과 자동차·맥주 등 상품의 수입이 늘어나고 ‘유니클로’ 등 브랜드 매출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빵 열풍도 ‘노재팬’ 운동을 무색하게 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제기된다.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시련을 겪은 후 기존 가치관이 변한 것에 원인이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엔저로 일본 여행이나 상품의 가격이 하락한 것은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정부의 반일과는 달라진 현 정부의 친일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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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이제는 일본의 경쟁력 위협이 ‘노재팬’ 운동까지 언급할 정도로 중요해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한다. 새롭게 언급되는 개념은 일본이 한국인에 무시되는 수준이라는 ‘재팬 패싱’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한국인이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은 따라가야 할 모범으로 인식됐었다. 하지만 팬데믹 시련을 겪으면서 일본 국력의 쇠퇴가 눈에 띄게 분명해지고 있다. 15일 현재 원·엔 환율이 930원 선까지 떨어지는 등 계속되고 있는 엔화 약세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일본을 그렇게까지 경계할 필요가 없으니 거친 불매운동까지 나아갈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이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 비교에서 한국은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사학계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1인당 소득 역전은 16세기 말 임진왜란 이후 400여 년 만이다. 임진왜란의 파괴와 약탈을 통해 일본이 성장하는 대신 조선은 정체됐고 이것이 20세기 말까지 이어졌다. 한일의 경제수준이 결국 재역전된 것이다. 문화 콘텐츠를 비롯해 한국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오히려 일본산 제품 가운데 별로 살 것이 없다는 목소리도 많다.

최근 들어 붐을 이루는 일본 여행은 “좋은 여행지일 뿐이다. 깨끗하고 조용하고 친절하고, 그리고 가격이 싸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반영한다. 이제까지 동남아시아가 한국인의 마음 편한 관광지였다면 이제는 일본도 추가된 듯하다.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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