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15일 오후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참사 이후 진행되는 첫 피의자 소환 조사다. 특수본은 이날 서울시 담당 직원도 처음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전날 소방노조로부터 접수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고발 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통보하기로 했다.
특수본에 따르면 용산경찰서 전 정보과장 김 모 씨는 이태원 참사 사흘 전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기간 위험 분석 보고서를 참사 이후 다른 직원을 시켜 사무실 PC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는 ‘많은 인파로 인한 보행자들의 도로 난입, 교통 불편 신고, 교통사고 발생 우려’ 등 문구가 포함됐지만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 우려’ 같은 표현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본은 그간 용산경찰서를 압수 수색한 뒤 보고서 작성자 등 정보과 직원들을 줄줄이 불러 증거 인멸을 위해 보고서 삭제가 이뤄졌는지 등을 조사해왔다. 앞서 김 씨는 전 용산서 정보계장과 함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이달 7일 입건됐다. 특수본은 이달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 정보계장에 대해서는 ‘공소권 없음’을 처분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이날 소환 조사를 토대로 윗선으로 지목된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정보부장)도 조만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박 모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을 감찰한 후 특수본에 박 부장을 수사해달라고 의뢰했다. 박 부장은 용산서를 포함한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가입된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 수색에 대비해 정보 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시를 겨냥한 수사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특수본은 이날 오후 서울시 안전총괄과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참사 당일 전후로 서울시가 안전사고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 조사했다. 서울시 직원이 특수본에 소환되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행안부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 행안부 안전 대책 관련 직원을 불러 조사한 데 이어 행안부 중앙재난안전상황실장도 금명간 참고인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행안부의 참사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행안부에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 이 장관도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입건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이 장관은 고위 공직자에 해당해 일단 혐의 사실을 공수처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하라고 요청하면 특수본은 수사 권한을 공수처에 넘겨야 한다.
특수본은 이들 외에 용산경찰서 112상황실과 용산구청·서울종합방재센터·용산소방서 소속 직원들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다. 부상에서 회복한 참사 피해자를 대상으로도 참사 당일 현장 상황과 각 책임 기관의 현장 조치 사항을 확인할 예정이다. 또 이태원역장도 조만간 참고인으로 불러 참사 당일 오후부터 승객이 밀집했는데도 무정차 통과를 하지 않은 경위를 확인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