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철강·석탄 등 광물자원이 풍부해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옛 소련 시절에는 지정학적으로도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러시아 사람들이 대거 이주했다. 이곳에 거주하는 360만 명 주민 가운데 다수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며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친다. 2014년 똑같이 러시아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강제 병합되자 돈바스에서도 친러시아 분리·독립 움직임이 가시화했다. 분리주의자들이 돈바스에 도네츠크인민공화국과 루한스크인민공화국을 수립하자 우크라이나가 정부군을 보내 진압을 시도하면서 분쟁이 시작됐다.
2014년 9월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우크라이나·러시아·루한스크·도네츠크가 휴전에 합의하고 민스크협정에 서명했다. 민스크협정에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를 통한 휴전 모니터링,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 관한 권력 분권화 등 12개 조항이 포함됐다. 민스크협정은 서명 직후 분쟁이 재개되면서 말 그대로 잉크도 마르기 전에 휴지가 됐다. 이듬해 2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네츠크·루한스크 대표들이 민스크에 모여 두 번째 민스크협정에 합의했다. 여기에는 양측 중화기 철수와 30㎞ 안전지대 설정, OSCE를 통한 휴전 및 무기 철수 감시, 돈바스에서의 모든 외국군 및 무기 철수 등 13개 조항이 들어갔다. 이 역시 대부분 이행되지 않은 채 분쟁이 지속됐다.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돈바스 분쟁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지금이 러시아의 파괴적인 전쟁을 중단해야 할 시기라고 확신한다”며 “3차 민스크협정과 같은 서류에는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민스크협정이 말뿐인 약속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약속해도 지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은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를 파기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지속 가능한 평화는 서명이나 약속 이전에 철통 군사력을 확보했을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