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아침에] 다시 부는 관치금융 바람

안의식 논설위원

BNK·농협 등 후임회장 선임 앞두고

금감원의 지주 의장 소집은 '공개 경고'

은행·금융부문 국제경쟁력 47위 불과

발전위해선 관치·낙하산 인사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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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 검사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이번에는 금융지주 회장 인사와 관련해서다. 이 원장은 14일 국내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불러모았다. 그 자리에서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후임자 물색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금융사 지배 구조에 대한 감독 활동’ 차원이라고 이날 모임의 배경을 설명했으나 우리 금융지주사들이 당국의 감독을 받아야 할 정도로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가 후진적이지 않다. 대신 이날 모임은 차기회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금융지주에 대해 ‘알아서 당국의 지시를 따르라’는 공개적인 ‘경고’메시지로 해석된다.

현재 회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이달 7일 김지완 회장이 중도사퇴한 BNK금융지주와 현 손병환 회장이 12월 말 임기 만료를 맞는 농협금융지주다. 9일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관련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의 우리금융지주와 조용병 회장의 신한금융지주는 내년 3월이 회장 임기 만료로 조만간 후임 선임 절차를 진행한다.



손태승 회장의 징계 시점도 절묘하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재를 내린 지 1년 6개월 만에 금융 당국이 인사 시즌을 맞아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그동안 너무 지체돼 있다고 국회에서도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석연치 않다. 연임을 추진하는 손태승 회장이 징계에 불복하고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 원장은 “손 회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징계에 불복하지 말고 알아서 물러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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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K금융지주의 최고경영자 승계규정도 관심거리다. 2018년 낙하산 인사 방지를 위해 금융지주 내부인사만으로 회장 후보자를 구성하도록 한 승계규정에 대해 금감원은 4년간 아무 얘기가 없다가 최근에서야 ‘외부인사도 후보로 받으라’는 의견을 전달해 관철시켰다. 이에 금융계 안팎에서는 전직 경제관료들을 중심으로 금융지주 차기회장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 금융권 CEO도 바뀌면서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거나 모피아 등 전직 고위 경제관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등 소위 ‘4대 천왕’이라고 불린 이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고소영 인맥(고려대·소망교회·영남)’을 타고 대통령과 가깝게 지내면서 막강한 권력을 누렸다. 그러나 퇴임 후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혐의(이 전 회장), 지인회사 특혜 지원 혐의(강 전 회장), 다스(DAS) 불법 자금세탁 협조 의혹(김 전 회장) 등으로 실형을 살거나 구설수에 올랐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가 주목받았다. 2015~2020년 6년간 금융권에 재직 중인 전직 경제관료가 200명을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 국제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종합 순위는 27위인 반면 ‘은행 및 금융 서비스 부문’은 47위로 전체 경쟁력을 까먹고 있다. 이처럼 낮은 금융 경쟁력의 주원인은 관치금융과 낙하산 인사다. 금융사 CEO로 내려온 낙하산 인사들은 내부 경영 혁신과 경영 성과 달성에 집중하는 대신 모든 관심의 초점을 정부와 정치권 동향에 집중한다. 권력의 풍향계가 어디를 향하고 어떻게 줄을 대느냐가 자신의 자리보전에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의 골드만삭스’ ‘금융의 삼성전자’를 부르짖으며 금융 산업 발전 방안을 내놓았지만 늘 태산명동서일필로 끝났다. 지금과 같은 관치와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한 한국 금융 산업의 발전은 연목구어일 뿐이다.


안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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