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함의 극치다. 다만 이 순수함이 장점일 수도 단점일 수도 있다. 그 나이대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 소중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지루함과 답답함의 반복이 될 수도 있다. 22년 만에 돌아온 영화 ‘동감’이 불러온 양가감정이다.
‘동감’(감독 서은영)은 1999년에 사는 용(여진구)과 2022년의 무늬(조이현)가 우연히 오래된 무전기 햄(HAM)를 통해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다. 모태솔로 용은 신입생 한솔(김혜윤)을 만나 첫눈에 반하고, 무늬의 코치로 한솔과 커플이 된다.
문제는 용과 무늬의 관계다. 시공간을 초월해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 두 사람은 얽히고설킨 인연이었던 것. 용은 이 사실을 알고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무늬 또한 전말을 알게 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작품은 리메이크작이다. 지난 2000년 개봉한 배우 김하늘, 유지태 주연의 동명의 작품이 원작이다. 서은영 감독은 원작의 큰 틀을 가져가면서 디테일을 바꿨다. 과거와 현재에 있는 주인공의 성별이 서로 바뀌었다. 김혜윤을 토대로 첫사랑의 이미지를 가녀린 긴 생머리의 여자에서 곱슬머리에 밝고 당찬 여자로 탈바꿈했다.
아날로그 감성의 시대의 로맨스의 가장 큰 장점은 순수함이다. 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수단이 있는 현대와 달라 작은 오해에도 감정의 폭이 커진다. 작품은 그 점을 깊게 파고들었다.
하지만 부족한 인과관계는 공감할 수 없게 만든다. 용은 절친 은성(배인혁)과 한솔을 오해하며 자기감정에만 빠진다. 풋풋한 로맨스의 설렘은 잠시일 뿐,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눈과 귀를 닫고 허우적댄다. 순수하다 못해 답답한 주인공의 모습은 맥 빠지게 만든다.
작품의 또 다른 줄기인 용과 무늬의 애틋한 관계 또한 설득력이 없다. 무전기에 남겨진 스티커, 주변인에 대한 공통적인 묘사 등을 통해 두 사람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이 밝혀지지만 그뿐이다. 두 사람이 바꿀 수 없는 운명에 굴복하고, 인생에 이 사건을 묻고 살아갈 정도의 깊은 감정의 단계가 편집된 것처럼 보인다.
MZ세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미흡하다. 당차고 진취적인 현세대의 감성과 어긋난다. 그 부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2022년의 무늬와 영지(나인우)의 러브 스토리가 있지만, 기능적으로 활용될 뿐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다. 이 시점에서 왜 ‘동감’이 리메이크 됐는지 물음표가 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