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스타 영화

[오영이] 당신은 '고속도로 가족'에게 손 내밀 수 있나요? (영상)

[리뷰] 영화 '고속도로 가족'

배우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주연

고속도로를 떠도는 가족 이야기

"당신은 어려운 사람에게 손 내밀 수 있나요?"

11월 2일 개봉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고속도로 가족' 스틸 / 사진=CJ CGV영화 '고속도로 가족' 스틸 / 사진=CJ CGV



[고속도로 가족] 영화리뷰 | 오영이무비

영화 '고속도로 가족'에 나오는 가족은 겉으로 보기에 불행하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텐트를 치고 살면서 끼니도 제때 해결하지 못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들의 표정은 행복으로 충만하다. 서로와 함께라면 그 어떤 시련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굳건하다. 그러나 더 이상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게 될 때, 위태롭고 아슬아슬해진다. 누군가, 이 가족에게 손 내밀어 줄 수 있을까.

'고속도로 가족'(감독 이상문)은 인생은 놀이, 삶은 여행처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기우(정일우)네 가족이 우연히 영선(라미란), 도환(백현진) 부부를 만나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을 겪게 되는 이야기다. 기우는 다시 마주칠 일 없는 휴게소 방문객들에게 2만 원을 빌려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날 이미 한 번 돈을 빌린 영선과 다른 휴게소에서 마주치고, 영선은 이 가족을 사기로 경찰에 신고한다. 영선의 신고는 가족의 분열을 가져오고, 영선인 갈 곳 없는 가족을 외면할 수 없다.

휴게소 방문객에게 돈을 빌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기우네 가족은 위태롭다. 돈을 많이 버는 날에는 음식을 많이 먹고, 돈을 적게 버는 날은 컵라면으로 때운다. 같은 휴게소에 너무 오래 있었다고 판단하면, 다른 휴게소로 떠난다. 제대로 된 삶을 유지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유일한 보호막인 텐트는 가족을 감싸기에 너무 연약하고, 바닥은 딱딱하다. 궂은 날씨로부터도 자유로울 수도 없다. 곳곳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공무원의 단속과 아찔하게 다가오는 트럭을 피해야 한다.



누가 봐도 막막한 상황이지만, 가족의 표정은 행복하다. 텐트라는 작은 세계 안에서 이들은 끈끈하게 서로를 사랑한다. 휴게소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음악을 배경 삼아 댄스파티를 벌이는 가족의 표정에서는 걱정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휴게소로 떠나는 여정은 마치 여행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렇다고 이 가족이 온전한 건 아니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은 배고픔에 시달리고, 9살이 넘는 나이가 되도록 학교도 가지 못한다. 아이들이 배운 거라곤 휴게소 방문객에게 구걸하는 방법뿐. 게다가 임신 중인 지숙(김슬기)은 산부인과 한 번 가지 못한 상태다. 학대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공존하는 아이러니는 함께 있는 가족의 가치와 생존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또 다른 가족 영선, 도환 부부도 있다. 이 가족을 상징하는 건 결핍이다. 자식을 잃은 영선은 공허함만 남아 있고, 이런 영선을 옆에서 지켜보는 도환은 외롭다. 영선의 결핍을 채워준 건 기우가 경찰서에 구금되고 남겨진 지숙과 아이들이다. 영선은 이들을 자신의 공간으로 데려와 씻기고 먹이면서 텅 빈 심장이 차오르는 걸 느낀다. 지숙과 아이들은 이런 영선으로 인해 안락한 공간과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는다. 서로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이들의 모습은 온정과 온기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의 손 내밀기 어려운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삭막하고 냉랭한 사회처럼 보일지라도, 누군가는 따뜻함과 친절을 베풀고 있는 거다. 작은 도움의 손길이 누군가에게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결말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모양새다. 열린 결말로 맺어진 후, 울고 있는 아이들과 이들을 감싸고 있는 영선과 도환의 모습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다. 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통해 관객에게 "당신도 이 부부처럼 울고 있는 아이들을 감싸줄 수 있나요?"라고 묻고 있다.

배우들의 살벌한 연기는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코믹 연기의 대가 라미란은 가장 땅에 발을 디디고 있는,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정일우는 마음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노숙인으로 변신해 그동안 본 적 없었던 얼굴을 하고 있다. 밝고 유쾌한 캐릭터를 주로 맡았던 김슬기는 자식을 지키는 어머니로 변신했다.



+요약


제목 : 고속도로 가족(Highway Family)

장르 : 드라마

연출 : 이상문

출연 :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

배급 : CJ CGV

상영시간 : 129분

상영등급 : 15세 관람가




개봉 : 2022년 11월 2일



현혜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