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함께한 3년간 수험생활, 오늘로 모두 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7일. 전국 수능 시험장에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수험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5~6도의 차가운 아침 날씨였지만 학생들은 혹여나 두꺼운 외투가 불편하지 않을까 패딩 조끼, 후드티 등을 껴입은 채 종종걸음을 이어갔다. 올해도 시험장 앞 응원전은 금지됐지만 경찰과 학교 직원, 이웃 주민들은 이른 시각부터 학교 앞에서 학생들을 응원했다. 특히 이날 고교 재학생은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고등학교에 입학해 3년 내내 함께한 수험생들이라 감회가 남달랐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와 동성고 앞에는 동이 트기 전인 오전 7시께부터 수험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정문 앞에서 부모와 뜨겁게 포옹한 뒤 비장한 표정으로 수험장에 입장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긴장을 풀기 위해 일부러 친구들과 너스레를 떨며 성큼성큼 걸어 들어간 학생들도 있었다. 재수생 나 모 씨는 “다시 치는 시험이라 지난해보다 더 긴장된다”면서 “얇게 입었는데도 긴장해서 덥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3 수험생 강 모 씨는 “어제까지는 긴장됐는데 막상 시험이 코앞에 닥치니 괜찮아졌다”며 “친구와 함께 수능 끝나면 뭐할지 얘기하면서 걸어왔다”고 말했다.
세 번째 코로나 수능을 맞는 이날 학부모들은 ‘실수는 하지 않을까’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 노심초사였다. 동성고 정문에서 아들을 배웅한 어머니 양 모 씨는 “올해 고3 수험생들은 고등학교 1~2학년 동안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많이 못 가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아들이 잘 찍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시험장에서 아들을 데려다 준 한 아버지는 “아들한테 ‘스카이(SKY)’ 얘기할 거 아니니까 시험 편하게 보라고 했다”면서 “한 번의 시험에서 실수하면 1년을 또 고생해야 하니 공부하는 학생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코로나19와 함께해온 학생들은 ‘마스크 시험’에 익숙해져 있었다. 수험생 김 모(24) 씨는 “군 복무를 하면서 늘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는 데 익숙해져 마스크를 쓰고 시험 치는 건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격리대상 수험생은 128명이었다.
시험 장소를 잘못 찾았다가 황급히 되돌아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졌다. 동성고에서는 오전 7시 35분께 한 수험생이 “중구에 있는 성동고로 가야 하는데 동성고로 잘못 왔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경찰은 수험생을 태우고 황급히 사이렌을 울리며 출발했다. 입실 마감 시간인 8시 10분을 3분 넘긴 13분, 교실로 들어갔던 학생이 다시 밖으로 나와 배문고로 가야 한다며 경찰에 호소하기도 했다.
이날 성당·교회·사찰에서는 자녀가 무사히 시험을 치르기를 염원하는 가족들의 발길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 조계사는 오전부터 수험생 가족과 지인들로 북적였다. 조계사 한쪽에는 수능 시간표에 맞춰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의 일정이 게시돼 있었다. 아버지 배 모(46) 씨는 “첫째 아이를 시험장에 데려다주고 곧장 온 가족이 다 함께 구로구에서 조계사까지 왔다”며 “재수생이라 그런지 집에 있으면 불안할 것 같아 이곳에 바로 왔는데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