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7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시험 발사한 데 이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으로 쏘면서 한미일을 향한 핵 공격 위협을 높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 한중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 요청에 대한 즉답을 피한 후 북한이 연이은 고강도 도발로 안보 레드라인(넘지 말아야 할 선)을 밟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사실상 방관적 태도로 일관하는 한 북한은 앞으로 미사일 도발을 넘어 7차 핵실험을 강행해 역내 안보 질서를 뒤흔들 가능성이 높다.
◇어떤 미사일 쐈나=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1발 쏘아 올려진 미사일의 탄종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현재로서는 ‘화성 미사일’ 계열의 ICBM일 가능성이 유력하다. 특히 최신형 ICBM인 화성 17형의 시험 발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주요 소식통은 “북한이 이달 3일 화성 17형을 시험 발사했을 때 로켓 2단 분리에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17형을 쐈을 수 있다”며 “현재 우리 군이 탐지한 제원으로 볼 때 이번에는 2단 분리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우리 군이 탐지한 제원을 보면 이번 ICBM은 마하 약 22(음속의 22배)의 속도로 날며 비행 거리 약 1000㎞, 고도 약 6100㎞를 기록했다. 해당 속도는 일반적인 ICBM의 기준(최대 마하 20 이상)에 부합한다. 북한이 발사 각도를 정상 수준(30~45도)으로 쐈을 경우 탄두 및 중량 수준에 따라 최대 1만 5000㎞ 이상의 사거리를 낼 수 있다. “미국 본토가 사정권에 포함될 수 있다”고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이 밝힌 이유다.
화성 17형의 사거리는 1만 5000㎞ 이상으로 추정돼왔다. 우리 군이 탐지한 제원과 일본 측의 역산 결과를 종합해볼 때 이번 ICBM은 화성 17형일 가능성이 그래서 더 높다.
물론 아직 화성 17형으로 단정 짓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한 당국자는 “북한은 올해에도 화성 17형인 것처럼 기만하면서 실제로는 (기존에 개발한 ICBM인) 화성 15형을 쐈던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 미사일의 탄종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려면 한미의 추가적인 분석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화성 15형이 2017년 11월 시험 발사에 성공했을 당시 비행 거리는 약 950㎞, 고도는 4500㎞, 마하 21 정도여서 이번 ICBM의 제원에는 다소 못 미치지만 탄두 무게를 크게 줄이는 등의 기술적 조정을 하면 고도나 사거리 등은 더 늘릴 수 있다.
◇향후 전망은=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 17형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이라면 궁극적으로는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산 업계의 한 연구자는 “북한이 이번 발사로 화성 17형의 엔진 안정성을 확인했다면 앞으로는 해당 ICBM을 (발사 후 우주 공간인 외기권까지 올라간 뒤) 대기권에 성공적으로 다시 진입시키는 기술을 완성하는 것이며 최종적으로는 해당 ICBM에 더 많은 핵탄두를 실을 수 있도록 핵탄두를 소형화·경량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더 소형화·경량화된 핵탄두를 만들기 위해 기존보다 작으면서도 폭발 효율을 높인 기폭 장치를 개발하고 있을 것”이라며 “해당 기폭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7차 핵실험 수순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이 곧바로 7차 핵실험으로 직행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북한은 현재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상태이지만 최종 결심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단에 달렸다는 게 우리 정부 및 군의 분석이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시기를 늦춘다고 해도 그 사이에 다른 도발로 한반도 긴장 수위를 계속 높일 가능성은 있다. 평화적인 우주탐사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 우주발사체(우주로켓)를 가장해 ICBM 시험 발사를 추가로 하거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쏘는 등 다양한 전략무기들을 동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위성 발사장에서 발사대의 외벽 해체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