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신병을 연이어 확보하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직접 수사하기 위한 채비를 마쳤다. 구속된 이들은 검찰이 이 대표와 ‘정치 공동체’라고 의심하는 최측근들이다. 검찰이 이른바 ‘대장동팀’과 이들 사이에 특혜·뇌물이 오가는 과정을 이 대표가 인지했는지 또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 수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이 정치 공동체를 넘어 경제적으로도 ‘한 몸’으로 움직였는지까지 파헤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20일 서울구치소에서 수감 중인 정 실장을 불러 조사했다. 정 실장 구속 후 진행된 첫 조사다. 서울중앙지법 김세용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앞서 19일 새벽 “증거인멸·도망 우려가 있다”며 정 실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정 실장에 대한 구속 영장에 ‘대장동 일당의 요구 사항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 실장을 거쳐 이 대표에게 전달돼 성남시 의사결정에 반영됐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았다. 정 실장은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총 1억4000만 원을 수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하고, 2015년 2월 김 부원장과 유 전 본부장과 함께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로부터 대장동 사업 수익 가운데 428억 원을 받기로 했다는 혐의(부정처사후수뢰)를 받는다. 검찰은 또 정 실에게 부패방지법 위반과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정 실장을 상대로 한 이날 조사에서 구속영장에 적시된 각종 혐의를 재확인하고, 이 과정에 이 대표가 관여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했다. 정 실장은 ‘모든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실장 측 변호인은 이날 ‘구속적부심을 신청할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 조사 과정에서 검찰이 유 전 본부장이나 남 변호사 등과 대질신문을 한다면 거부하지 않겠다는 뜻도 전했다. 다만 정 실장 혐의에 대해서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설명했고, 더 설명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혐의를 부인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김 부원장과 정 실장이 구속되면서 이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폭이 한층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검찰은 오는 28일까지 정 실장에 대한 구속 수사가 가능하다. 한 차례 연장할 경우 최대 20일 동안 구속 수사할 수 있다. 김 부원장 사례를 고려하면 검찰은 거의 매일 정 실장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되는 남 변호사와 김 씨가 앞서 풀려난 유 전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폭탄발언’을 쏟아낼 경우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남 변호사가 석방되는 건 21일 0시 이후다. 김 씨의 경우 24일 0시가 지나면 풀려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수감자의 경우 조사 때마다 구치소에서 데리고 오고, 증언에 따른 자료 조사도 수사팀 몫이라 수사하는데 시일이 오래 걸릴 수 밖에 없다”며 “차츰 입을 열고 있는 피의자가 석방돼 자유 의지에 따라 증언·증거를 내놓을 때에는 수사에 한층 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실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석방되는 남 변호사 등은 외부에서는 각종 증거·증언을 쏟아내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을 것”이라며 “검찰은 양측 조사 내용을 토대로 이른바 ‘혐의 다지기’를 충분히 한 뒤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는 연말께 이 대표를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