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 시즌리스(Season less) 패션이 대세로 떠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실내 생활이 늘면서 홈웨어를 중심으로 계절에 상관없이 입을 수 있는 시즌리스 패션 아이템이 주목을 받았는데, 엔데믹 전환으로 신발과 모자 등 외출복으로까지 이 같은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롯데온에 따르면 지난달 남성 반바지와 여성 반바지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4배, 2배 증가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 반바지 판매량이 늘어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패션 업계는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반바지와 롱부츠를 함께 매치하는 룩이 유행을 끈 효과로 보고 있다.
샌들도 불티나게 팔렸다. 지난달 스트랩샌들과 웨지샌들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0%, 40% 늘었다. 특히 지난해 여름부터 인기를 끌었던 '피셔맨 샌들' 인기가 초겨울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셔맨 샌들은 어부들이 신던 신발 모양을 본 따서 만든 샌들로, 가죽이 지그재그로 얽혀있는 모양이 특징이다. 주로 양말과 함께 착용하기 때문에 선선한 날씨에도 인기를 끌고 있다.
최선화 롯데온 여성슈즈MD는 "여름부터 부츠를 구매하거나 가을에는 양말과 샌들을 함께 신고, 겨울에 슬리퍼를 구매하는 등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올해 6월에는 여성 부츠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여름 부츠 코디'가 부상하면서 여름 시즌에 겨울 성수기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여름에 비니와 털모자를 찾는 고객이 늘면서 올 6~8월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간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가을·겨울(FW)시즌 판매량 중 여름 옷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지난달 롯데온에서 반팔 티셔츠 매출은 전년 대비 2배 늘었고, 수영복과 젤리슈즈도 최대 80% 증가했다. 이에 백화점과 e커머스 등 유통업체는 여름에 패딩을, 겨울에 비치웨어를 판매하는 역시즌 행사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패션 업계는 내년에도 성별과 계절 등을 구분 짓지 않는 '리스(less) 패션'이 유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내년도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평균 실종'을 꼽았는데, 무난함보다 개인의 개성을 중요시하는 패션이 이에 해당한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봄·여름(SS), 가을·겨울(FW) 시즌의 경계도 점차 모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