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방 망가져버린다. 마당에 수목이 심어진 단독주택은 손길이 끊긴 지 단 몇 개월 만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흉흉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그렇게 사계절이 지나면 빈집은 납량 특집에 나오는 ‘폐가’ 수준이 된다. 수많은 집 가운데 내 한 몸 편하게 누일 집 한 채 없다며 가슴 치는 이들이 국민의 절반을 넘는데 빈집 운운하는 것은 우리가 이미 ‘빈집의 시대’에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2020년에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6만 명씩 줄어들 것이라는 통계청 인구 추계는 이를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다. 합계출산율 등을 고려한 고령화 속도도 급속하게 빨라져 2020년 기준 중위 연령은 43.7세였지만 2070년에는 중위 연령이 64.7세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필연적으로 늙어가고 있으며 또 나라를 이루는 사람의 수 역시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빈집 문제는 현실이 될 수 있다.
물론 빈집이 속출한다 해도 서울과 수도권, 교통이 좋고 생활 인프라가 풍부한 지역의 집은 크게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문제는 지방 중소 도시다. 이들 지역에서는 마을 곳곳에 방치된 빈집들이 이웃의 치안이나 방역 등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젊은이들은 대도시로 빠져나가고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주민들의 생활이 빈집으로 더 나빠질 수 있는 것이다.
가까운 사례로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이 있다. 2008년에 인구 정점(1억 2808만 명)을 찍은 일본의 경우 2018년 기준 전국의 주택은 6240만 호로 주택의 거주 단위인 5400만 세대보다 16%나 많다. 그 결과 지방 중소 도시는 빈집 문제로 골치를 썩었고 2014년 ‘빈집 등 대책 추진에 관한 특별 조치법(빈집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인구 정점 시기에서 불과 6년 후에 만들어진 법이다. 이 법은 몇몇 요건을 충족하는 빈집을 ‘특정 빈집’으로 지정하고 소유자가 세금을 더 내도록 규정해 철거 또는 개·보수를 유도하고 있다. 피상속인의 상속 포기 등으로 소유자가 없는 빈집은 지방자치단체가 행정 집행 등을 통해 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 재산권 침해 소지에도 강력한 행정권을 허락한 것은 그만큼 빈집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미 인구 정점을 지난 한국도 올해 6월부터 빈집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법안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는 기존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과 ‘농어촌정비법’ 등에서 관련 조문을 떼어내 현황 파악부터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법을 만들 계획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빈집 대응의 필요성을 느끼고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늙고 있고 빠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정부가 보다 서둘러 빈집법(가칭)을 만들고 적절한 대응에 나서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