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두 달째 거의 매일, 다양한 종류의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11월 2일 같은 날은 하루에 미사일을 수십 발 이상 발사했으며 어떤 날은 비행기 150대를 출격시켰는가 하면 또 다른 날은 1발 가격이 1000만 달러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가장 많이 발사한 11월 2일 미국은 북한이 하루 동안 발사한 미사일의 가격을 7,000만 달러로 추정했다. 우리 돈으로 약 1000억 원에 이르며 북한이 쌀을 구입하려 한다면 5만 톤가량을 사올 수 있는 돈이다. 쌀 5만 톤은 북한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 기준으로 쌀을 소비한다고 가정할 때 전체 북한 주민이 보름 가까이 먹을 수 있는 양이다. 단 하루 동안 허공을 향해 날린 미사일의 총액이 그 정도에 이른다면 북한 정권은 이미 이성을 잃은 정권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도 먹여 살리지 못하는 극도의 빈곤 국가가 군사강국이 되겠다는 것은 모순 중의 모순이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김정은 체제의 종말뿐이다. 2022년판 미국 국방 전략 보고서도 김정은 정권의 종말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
북한이 비행기를 하루에 150대나 출격시켰다는 사실 역시 북한을 연구하는 그 누구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 CIA가 매년 발표하는 ‘월드 팩트 북’에 의하면 북한의 1년 원유 수입량은 대한민국 원유 수입량의 약 300분의 1에 불과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허락한 북한이 1년 동안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석유의 총량은 대한민국이 반나절 쓸 수 있는 양보다도 적다. 그런 북한이 30분당 기름을 1500ℓ나 사용하는 비행기를 150대씩 출격시킨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리 미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이 연합훈련을 빈번하게 벌인다고 할지라도 북한이 지난 두 달간 벌인 행동은 도무지 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 북한이 진정 합리적인 나라라면 전쟁이 진짜 발발했을 경우에 대비해 무기를 비축해둬야 한다. 즉 전략 물자들인 미사일과 연료 및 탄약을 아껴두는 게 정상적인 전략일 것이다. 북한이 지난 두 달처럼 단말마(斷末魔)적으로 행동한다면 북한의 군사 및 경제적인 자원은 금명간 고갈될 것이 분명하다.
이미 한국과 미국의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지만 필자도 미국이 ‘대북한 피 말리기 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고 북한은 이에 말려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싶다. 피 말리기 작전을 고상한 용어로는 소멸전(掃滅戰·War of Attrition)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데 주한미군은 2003년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즈펠드의 지시로 전쟁 이전 수준의 대북한 소멸전을 전개한 적이 있었다. ‘작전계획 5030’이라고도 불렸던 이 군사작전은 ‘제한된 북한의 군사 자원을 고갈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주한미군의 현역 지휘자들은 이 작전이 전쟁과 평화의 경계선을 불분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지만 미국은 이 작전을 통해 북한의 피를 말리는 데 상당 수준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 예를 들어보자. 주한 미국 공군기들이 북한을 향해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갈 경우 북한의 전투기들은 당연히 미국 공군기를 저지하기 위한 출격을 해야 한다. 미국 공군기들은 신속히 기수를 돌려 되돌아온다. 다음날 미국은 마찬가지 작전을 또 시행하고 북한 공군기도 또다시 출격한다. 다음날 역시 미국은 물론 북한공군과 교전하지 않은 채 잽싸게 되돌아 나오는 전략을 취한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북한의 석유가 남아날 수 없게 될 것이다. 작금 북한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과거 럼즈펠드 장관이 지시했던 것과 유사한 것으로 미국이 북한을 짜증나게 함으로써 북한의 제한된 군사 자원을 고갈시켜 버리려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미국의 7함대 사령관 칼 토머스 제독은 “김정은이 ‘짜증’ 난 모양”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행동을 결코 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