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급락으로 깡통전세나 전세사기 등으로 인해 임차인의 피해가 커지는 사례가 빗발치고 있어 정부가 임대차 제도개선에 나섰다. 임차인이 보호받을 수 있는 보증금 범위를 확대하고, 관리비 사항을 보다 투명화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법무부와 국토교통부는 21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내년 1월 2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앞서 두 부처가 이달 11일 당정협의회를 열어 전세사기 방지대책과 관리비 투명화를 위한 개선방안을 논의한 뒤 이뤄진 후속조치다.
우선 정부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전세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에 처한 소액임차인 등 주거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소액임차인의 범위와 최우선변제금을 각각 상향키로 했다. 이에 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의 범위는 지역구분별로 기존 6000만원~1억5000만원 이하에서 7500만원~1억6500만원 이하로 1500만원씩, 최우선변제금액은 기존 2000만원~5000만원 이하에서 2500만원~5500만원 이하로 500만원씩 일괄적으로 올린다.
임대인이 계약기간 중 임의로 관리비를 올리는 행위에 대해서도 제동이 걸린다.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에 빠져있던 관리비 항목을 신설해 계약 체결 전에 관리비에 관해 임대인과 임차인이 충분히 논의해서 결정토록 유도, 사전에 관리비 관련 분쟁을 예방토록 했다.
정부는 청년, 신혼부부 등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에서 관리비를 근거 없이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자 일정 규모(전유부분 50개) 이상의 집합건물 관리인에 대한 관리비 등 장부작성과 증빙자료보관 의무화한다는 법안을 지난해 3월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해당 법안에는 표준규약에 관리비 세부 항목을 명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른바 ‘깡통전세’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선순위 임차인 정보 확인권을 신설했다. 현행법상 예비 임차인은 임대인이 거부할 시 선순위보증금 등 임대차정보를 얻을 수가 없었다. 개정안은 예비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선순위보증금 등 정보제공에 관한 동의를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분명히 하고, 임대인은 이에 동의할 것을 의무화했다.
또 임대인이 계약 전에 체납한 세금이 있는지를 알게끔 예비 임차인이 납세증명서 제시를 요구할 권한도 신설한다. 다만, 임대인의 입장을 고려해 납세증명서의 제시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거부할 수 있도록 했고, 임대인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해 ‘제출’이 아닌 ‘제시’를 하도록 했다.
아울러 현행법상 임차인의 대항력이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전입신고)을 마친 다음 날 발생하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개정해 임차인이 전입신고를 하기로 한 다음 날까지 임대인이 저당권 등 담고권을 설정할 수 없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또 위반 시 임차인에게 해제·해지권과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된다는 점을 명시한 특약사항을 추가했다.
정부는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위하여 꾸준히 국민의 의견을 경청하며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및 관련 법제 정비에 힘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