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현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한국 영화 서비스를 재개하기로 함에 따라 2017년 이른바 ‘한한령’ 이후 급격히 사라진 중국 내 한류 붐이 살아날 신호탄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중국은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의 분위기가 나타나기 이전인 2016년까지만 해도 한류 콘텐츠 인기의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정식 수출이 제한된 상태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중국이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달 15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자국 OTT에서 6년 만에 한국 영화 서비스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김 수석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국이 OTT 조치로 화답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작은 시작이지만 큰 의미가 있는 앞으로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상수 감독의 2018년 작 ‘강변호텔’이 중국 OTT 플랫폼 ‘텅쉰스핀(텐센트비디오)’에 서비스된 것은 무려 6년 만이다. 중국은 전통적인 한국 영화 소비국으로 한한령 이전만 해도 한국 영화가 연 2~3편 정도 개봉됐다. 하지만 한한령에 따라 한국 영화 수요가 감소했고 수출도 부진해졌다. 후반 작업 기술 서비스의 수출이나 해외 영화의 국내 로케이션에 따른 비용을 합한 서비스 수출도 중국·홍콩 대상 수주가 급감했다. 이 여파는 한국 영화 전체 수출액에도 영향을 미쳐 2017년 1억 8788만 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세를 기록하다 지난해는 4863만 달러까지 떨어졌다.
2017년 이후 ‘베테랑’ ‘써니’ ‘너의 결혼식’ 등 한국 영화의 판권을 사들여 리메이크한 중국 영화들만 상영됐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영화 ‘오! 문희’가 한한령 이후 처음으로 중국 영화관에서 개봉했지만 단발성으로 그쳤다. 올 7월 쇼박스의 중국 법인이 인기 웹툰 ‘문유’를 영화화해 현지 개봉했지만 중국 영화로 분류된다.
이처럼 중국에서의 국내 영화 개봉이 꽁꽁 묶였던 탓에 ‘강변호텔’의 OTT 서비스 개시가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권태은 영화진흥위원회 국제교류지원팀장은 “한한령 이후 중국 영화사들이 한국 영화 수입·상영에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이번 회담을 계기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아직 가시적 성과가 있는 건 아니지만 활발히 교류할 계기가 이뤄질지 기대감은 높다”고 전했다.
한한령으로 직격탄을 맞은 대중문화 업계 역시 중국 시장 진출이 재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야다. 한한령 이전만 해도 한국 드라마는 ‘태양의 후예’가 중국에 회당 25만 달러로 수출되는 등 효자 상품이었지만 2016년 11월 이후 중국은 한국 방송 콘텐츠의 수입을 금지했고 예능 프로그램에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것을 막았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18 한류백서’에 따르면 2016년 4601만 9000달러였던 대중국 드라마 수출입액 규모는 2017년 498만 4000달러로 크게 줄었다. K콘텐츠의 정식 수입이 제한됨에 따라 중국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오징어 게임’ 등 인기 콘텐츠가 무단으로 온라인상에서 유통되고 있고 ‘수리남’의 전 회차가 1000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판매되는 등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대중음악 업계 역시 큰 타격을 받았다. K팝 아이돌에 투자해오던 중국의 투자가 끊기며 많은 기획사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공연과 행사가 불가능해지며 중국 내 거대 팬덤을 활용할 수가 없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지민과 아이유·엑소 등의 팬클럽 활동이 막혔고 웨이보 계정도 정지 조치됐다.
이처럼 한한령으로 많은 피해를 본 만큼 해제 조치가 이뤄진다면 대중문화 업계는 날개를 달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한한령에도 불구하고 성장 중인 음악 분야는 ‘퀀텀 점프’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공연과 행사, 팬덤 구축이 다시 가능해진다면 14억 명이 넘는 중국 인구를 바탕으로 한한령 기간 동안의 K팝 인기 증가와 더불어 이전보다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드라마·예능 등도 한한령 이전의 인기와 지위를 되찾고 판권 판매 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