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23일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스카이코비원’과 관련해 “계약 기간을 2024년 6월까지로 연장해놓은 상태지만 개량백신(2가 백신) 개발이나 생산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폐기는 불가피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모더나·화이자 등은 이미 오미크론 대응 개량백신을 공급하고 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직 개량백신을 개발 중이다.
백 청장은 이날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스카이코비원 활용 방안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이미 선구매 계약이 완료된 경우에는 계약을 취소할 수가 없다”며 “기존 백신은 기초 접종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될 예정인데 이미 많은 국민이 기초 접종을 완료해 기존 백신은 활용도가 낮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 3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스카이코비원 1000만 도즈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1000만 도즈 가운데 초도 물량 60만 도즈를 올 9월 공급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로부터 요청을 받지 못해 완제 생산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서울경제의 보도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날 “당사의 스카이코비원은 낮은 접종률로 인해 초도 물량 이후 추가 완제는 생산하지 않고 있다”며 “추후 정부 요청에 따라 생산·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본지 11월 23일자 1·3면 참조
백 청장은 “동절기 추가 접종은 현재 개량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며 “기존 백신을 활용한 3·4차 접종은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추가 접종 백신으로 기존 백신이 아닌 개량백신을 권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카이코비원이 접종 현장에 활용되기는 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다만 정부는 기초 접종(1·2차)에는 스카이코비원을 활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미 기초 접종 완료 비율이 87.1%로 90%에 육박한 상황에서 높은 활용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의료계의 시각이다.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잔여 계약분을 개량백신으로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량백신을 실제로 개발할지, 개발한다면 언제쯤 내놓을 수 있을지 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잔여 계약분을 개량백신으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개량백신 개발 일정이 어떻게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개발도상국 공여 등을 방안으로 제시한다. 다만 이 방안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해외 당국의 승인이 이뤄져야 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시장 판매를 위한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 베트남·태국 등에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공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