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대법 "미성년 자녀 둔 성전환자도 성별 정정 허가해야"

전원합의체 11년 만에 기존 판례 변경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 고려해야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제공=대법원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제공=대법원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도 가족관계등록부상 남녀 성별 정정을 허가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왔다. 기존 전원합의체 판단을 뒤집은 결정으로 그동안 성별 정정 신청은 만 20세 이하 미혼이면서 자녀가 없는 경우에만 가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24일 A 씨가 "가족관계등록부 성별란에 '남'으로 기록된 것을 '여'로 정정하도록 허가해달라"며 낸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을 불허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가정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남성으로 출생 신고된 A 씨는 어린 시절부터 여성으로 귀속감을 느꼈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진 채 생활해왔다. 이후 성인이 된 이후에도 성정체성 문제로 아내와 이혼했고 2018년 해외에서 성전환수술을 받았다. 여성으로 사회생활을 해오던 A 씨는 미성년 자녀 2명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을 냈다.



1, 2심은 미성년 자녀가 있어 성별 정정을 허가하는 것이 자녀 복리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는 이유로 A 씨의 신청을 기각했다.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 성별 정정을 불허한다는 2011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에 따른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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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신청인의 성별을 여성으로 정정하도록 허용하면 미성년 자녀 입장에서는 법률적 평가를 이유로 아버지가 남성에서 여성으로 뒤바뀌는 상황을 일방적으로 감내해야 하고 이로 인한 정신적 혼란과 충격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족관계 증명서의 '부'란에 기재된 사람의 성별이 '여'로 표시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심 판단이 헌법상 기본권 및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기준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의 기본권의 보호와 미성년 자녀의 보호 및 복리와의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법익의 균형을 위한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며 "단지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을 이유로 성별 정정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어 "성별 정정 자체가 가족제도 내 성전환자의 '부' 또는 '모'로서의 지위와 역할이나 미성년 자녀가 갖는 권리의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내용을 훼손한다고 볼 수도 없다"며 "법원이 단지 미성년 자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성별 정정을 막는 것이 오히려 실질적인 의미에서 미성년 자녀의 복리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대법원은 미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에 대한 성별 정정 허가 여부의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성년 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허가할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성전환자 본인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와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미성년 자녀가 갖는 보호와 배려를 받을 권리 등 자녀의 복리를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한 관계자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미성년 자녀가 있는 성전환 중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경우에 한해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라며 "현재 혼인 상태에 있는 성전환자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는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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