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침사추이




2019년 7월 홍콩 주룽반도 남쪽 끝에 자리한 번화가 침사추이에 5만여 명의 시민이 집결했다. 범죄인을 중국으로 보내 재판 받게 하는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시민들은 홍콩 스타 연예인들의 핸드프린팅 등이 있는 ‘스타의 거리’ 앞에서 출발해 홍콩과 중국을 연결하는 고속철 역사 앞까지 시위를 벌였다. 이 지역은 홍콩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한 번쯤 찾는 곳이다. 시위대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자유 홍콩’ 등의 메시지가 담긴 전단지를 나눠주며 중국 반환 후 악화하는 홍콩의 민주주의 상황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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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는 홍콩을 대표하는 쇼핑 거리다. 1910년 주룽역이 세워져 철도 운행이 시작된 후 외지인의 유입이 늘면서 번화가로 성장했다. 최대 쇼핑몰인 하버시티와 명품 매장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페닌술라·샹그릴라 등 고급 호텔들도 즐비하다. 빅토리아항을 끼고 있어 홍콩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지역이기도 하다. 화려한 번화가의 뒤편으로 허름한 뒷골목 풍경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중경삼림’ 등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으로 자주 등장한다. 침사추이는 중국어로 ‘모래 입구(尖沙咀)’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중동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어서 ‘홍콩 속의 아랍’으로 불리기도 한다.

홍콩 침사추이가 ‘세계 최고 임대료 쇼핑 거리’의 타이틀을 뉴욕 맨해튼 5번가에 내줬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뉴욕 맨해튼 5번가의 연간 임대료가 1㎡당 2000달러로 코로나19 이전보다 14% 올랐다. 반면 침사추이의 임대료는 41% 급락했다고 한다. 침사추이의 퇴보는 국가보안법 시행 등으로 홍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진 데다 중국 정부의 엄격한 방역으로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올 1~9월 홍콩 입국자는 25만 명에 그쳤다. 코로나 이전 연간 5000만 명이 넘는 여행객이 몰렸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억누르는 중국의 강압 통치가 홍콩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는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 활력을 살려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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