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함께 김장철이 돌아왔습니다. “요새 김치 직접 담그는 사람이 얼마나 돼?”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은근 김장한다는 집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콘텐츠는 바로 사찰식 ‘비건 김치’. 김치는 채소로 만드는데 무슨 비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따지고 보면 동물성 원료의 젓갈이나 육수를 사용하기도 하니 채식 김치가 따로 있는 것도 말이 안되는 건 아닙니다. 지난 12일 서울시 종로구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열린 비건 김장 수업에 에디터가 직접 참여하고 왔습니다. 비건 김치 담그는 법과 그 맛은 어땠는지 지금부터 하나하나 알려드릴게요!
?필요 없는 것 : 젓갈·파·마늘·양파·설탕...
사찰음식에서는 육류 등 동물성 재료와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신채는 달래와 마늘, 부추, 파, 흥거라는 채소인데요. 흥거는 우리나라에선 잘 사용하지 않으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단 양파도 오신채로 분류해 먹지 않는다는 점은 주의하세요.
그러니까 사찰식 김치에는 새우나 멸치를 사용한 젓갈은 물론이고 김치의 기본 중의 기본 재료인 마늘과 파, 양파마저도 넣지 않는다는 건데요. 그럼 대체 뭘로 김치를 만든단 말이야! 궁금하시죠? 이날 담근 세 가지 김치 가운데 홍시배추김치의 재료와 간단한 레시피를 소개해드릴게요.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진행한 사찰김장김치 특강, 지견스님의 레시피임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먼저 홍시배추김치에는 배추 2포기와 무 1/2개, 홍시 2개, 갓 200g 그리고 양념으로 소금, 찹쌀가루 100g, 채수물 1리터, 생강 2쪽, 고춧가루 3컵이 들어가요. 채수물은 다시마와 무, 표고를 넣고 끓여 만드셨다고. 채수물에 찹쌀가루를 넣어 끓인 후 고춧가루를 섞어 불리고 여기에 간 생강과 껍질을 제거한 홍시, 기호에 따라 무채와 잘게 썬 갓을 넣어 양념을 만들어줍니다. 절여서 씻은 배추에 이 양념을 넣어 버무리면 완성입니다.
너무 짜면? 싱거우면? 스님의 꿀팁 대방출
소금에 너무 절여서 김치가 짜다면 양파나 무를 갈아 넣어 짠맛을 중화할 수 있어요. 반대로 너무 싱겁다면 소금을 추가로 뿌리지 말고(그럼 씁쓸해진다고) 집간장을 한바퀴 둘러주는 게 좋다고. 또한 김장김치는 적어도 2~3일 실온에서 숙성해야 해요. 그 전에 냉장고에 넣으면 익을 시간이 없어서 맛이 들지 않아요. 그래서 만든지 2~3일 동안은 김치가 가장 맛없는 기간이랍니다.
처음엔 어떻게 김치 3가지를 만든다는 건지 막연하기만 했지만 모든 김치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찹쌀풀을 한 번에 쒀서 나눠 사용하니 생각보다 빠르게, 착착 진행됐어요. 이날 준비된 재료도 일반 김장에 비해 상당히 간소했지만 원래 스님이 만드실 땐 무채나 갓도 넣지 않는다고 하시더라고요. 들어가는 재료가 이토록 심플하니 채식인들 뿐 아니라 1인 가구도 해볼 만한 레시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때요, 비건 김치 한 번 담아볼 마음이 좀 드시나요? “아무리 그래도 김장은 무리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시판 중인 비건 김치를 선택해보세요. 시원하고 맛깔나는 비건 김치로 올 겨울도 다들 건강하고 맛있게 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