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수장으로 복귀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가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에 대해 수익성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전임 CEO의 지휘 하에서 가입자 수 늘리기에 집중하다가 손실이 커진 플랫폼 사업 전략을 전환하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이거 CEO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 본사에서 임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갖고 "(스트리밍 사업의) 수익성을 추구하기 시작해야 한다"며 "사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매우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밥 체이펙 전 CEO 시절 디즈니는 대표 스트리밍 플랫폼인 디즈니+ 요금을 넷플릭스, HBO 맥스 등 경쟁사보다 낮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콘텐츠 지출에 이번 회계연도에만 약 300억 달러를 쓴 데다가 요금도 낮아 디즈니 스트리밍 사업부는 올해 3분기(디즈니 회계연도 기준 4분기)에만 14억 700만 달러의 손실을 냈다. 이 때문에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디즈니가 스트리밍 사업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아울러 아이거 CEO는 “(체이펙 전 CEO가 발표했던) 채용 동결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것”며 "비용 절감 조치를 매우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디즈니와 애플의 합병설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어떤 사실에도 근거하지 않은 순전한 추측"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영원한 것은 없지만 현재 디즈니의 자산 상황에 만족한다"며 당분간 대규모 인수·합병이 없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밖에 아이거 CEO는 앞으로 회사의 전략 결정에서 창의성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창의적인 팀들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디즈니 이사회는 이달 20일 체이펙 전 CEO를 경질하고 아이거를 새 CEO로 선임했다. 이달 초 발표된 디즈니의 3분기 실적이 매출과 주당순이익(EPS) 모두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시장의 우려가 커지자 내린 조치였다. 아이거 CEO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CEO로서 디즈니를 이끌며 디즈니를 '콘텐츠 왕국'으로 일궈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