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주택

[건축과도시]‘리아스식 해안’서 영감 얻은 주상복합…도심과 자연, 경계를 지우다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

금강 타고 흐르는 제천과 접경지 위치

수공간 녹지 품고 도시 인프라와 조화

도심속 자연서 이웃과 단절 대신 교류

디지털 트윈 건축기술 'BIM' 적용해

사업초 디자인 콘셉트 준공까지 유지

다양한 세대 타입, 층마다 중첩·교차

단지내 'H타워' 세종 최고층 랜드마크

올 건축문화대상 주택부문서 대통령상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의 전경. ‘리아스식해안’에서 모티브를 얻어 도시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사진 제공=디에이건축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의 전경. ‘리아스식해안’에서 모티브를 얻어 도시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사진 제공=디에이건축




주거용 단지들의 외관은 대부분 비슷한 모습으로 설계된다.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건물을 올리기 위해 효율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종시에 위치한 주상복합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은 판박이 빌딩들이 숲을 이룬 도심에서 유독 눈에 띈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단지와 인접한 제천을 포함해 주변 자연과의 조화를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해당 단지가 위치한 세종시 2-4 생활권 HO1BL과 HO2BL은 제천과 인접해 있다. 건축가는 금강을 타고 흐르는 제천이라는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접경지에 위치한 단지를 돋보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동시에 도시와 자연이 만나 교감하고 상호 존중할 수 있도록 중심상업지구의 도시적 인프라를 유입하는 한편 인접한 제천 수공간의 녹지를 단지 내로 끌어들였다. 도시와 자연이 서로 교차하는 경계가 서로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닌 상호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해석한 것이다.

이를 위해 ‘리아스식해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리아스식해안은 육지가 침식돼 가라앉거나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와 육지의 경계가 교차되면서 생겨난 해안선이다. 단지는 리아스식해안의 바다와 육지가 교차하는 모습에 착안해 다양한 타입의 세대가 층마다 중첩, 교차되는 구조적 특성을 담아냈다.

이를 위해 설계 단계부터 디지털 트윈 건축 기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적용했다. BIM을 적용하면 2차원 도면 환경에서 구현이 어려운 건축물의 사업 정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사업 초기 제시했던 디자인 콘셉트와 계획안을 준공까지 집요하게 이끌어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대규모 자금과 인력이 투입되는 주택단지 프로젝트에서는 드문 일이다.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커뮤니티 시설 전경. 단지는 커뮤니티 데크에 다양한 휴게 공간과 공방, 어린이 놀이 공간, 음악 감상실과 같은 교류의 장으로 조성했다. 사진 제공=디에이건축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커뮤니티 시설 전경. 단지는 커뮤니티 데크에 다양한 휴게 공간과 공방, 어린이 놀이 공간, 음악 감상실과 같은 교류의 장으로 조성했다. 사진 제공=디에이건축



단순 자연과의 조화뿐 아니라 이웃과 교류가 일어나는 커뮤니티를 고민한 흔적도 엿보인다. 접경지 경계부에 위치한 수변의 저층 주동은 자연을 수평·수직적으로 확장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1층은 퍼블릭 커뮤니티, 2층은 필로티 마당과 소호 공간으로 계획해 3층의 주거 공간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완충 역할을 하도록 했다. 각 층 공용 공간 및 각 세대마다 바람과 햇빛이 스며드는 ‘다공성 공간’은 매스를 비워 내거나 다른 형태의 매스 적층을 통해 자연스럽게 발생하도록 계획했다. 비워낸 공간의 라이트 박스는 중정형 공간이 돼 쾌적한 거주 환경을 제공하는 한편 복층 세대의 전·후면에 만들어진 녹화 마당은 위치에 따라 자연의 풍경을 유입하기도 하고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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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더해 주동에는 슬림타워를 배치해 판상형 또는 L형 타워에 비해 큰 개방성을 확보했다. 건물의 4면이 모두 정면성을 갖는 너비 30m짜리의 타워들을 도시와 자연이 교류하는 경계에 나열하는 방식으로 건물의 4면이 각각의 특성을 가진 커뮤니티의 구심점이 되도록 계획했다. 이처럼 자연이 스며든 자리는 이웃이 함께하는 생활 공간이 됐는데, 특히 건물이 고리형으로 교차하는 1층 커뮤니티는 이웃 간의 만남과 교류를 생성하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복층 세대의 전·후면에 만들어진 다양한 마당은 위치에 따라 각각의 테마를 부여해 자연의 풍경을 유입하기도 하고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표출하기도 한다.

최대한의 자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주동들을 잇는 커뮤니티 데크의 퍼블릭한 공유 마당과 주거동 옥상 녹화를 활용해 건축 면적의 100%를 자연으로 환원하는 등 수평·수직적으로 자연을 확장한 자연친화적 커뮤니티 공간을 구성했다. 이 과정에서 공용부 마당에 2%, 세대 마당에 5%의 자연을 더 유입시켜 건축 후 자연이 107%로 증가된다는 설명이다.

비워낸 공간은 중정형 공간으로 재탄생해 보다 쾌적한 거주 환경을 제공하도록 했다. 도시와 자연이 함께 나타나는 자리에 계획한 커뮤니티 데크는 다양한 휴게 공간과 공방, 어린이 놀이 공간, 음악감상실과 같은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온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중앙공원에서 바라볼 때 가장 전면에 위치한 ‘H타워’는 단지의 얼굴이 되는 랜드마크다. 현재 세종시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로 세종시 전경을 조명할 수 있다. 한쪽은 도시경관을, 다른 한쪽을 자연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있는 단지의 입지 덕분이다. 도시 경관을 바라보는 쪽은 차분하고 간결한 도시적 느낌을 극대화했다. 반면에 자연경관을 바라보는 쪽은 자연을 끌어들여 다채로운 모습의 내추럴 페이스로 조성했다. 상반된 양면의 입면 디자인은 활기차게 걷는 도시민의 발걸음을 형상화한 단지의 디자인과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중심 도시의 상징성을 갖는 랜드마크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전경. 단지는 오른편에 보이는 제천의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접경지로서의 위치를 돋보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 제공=디에이건축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전경. 단지는 오른편에 보이는 제천의 자연과 도시가 만나는 접경지로서의 위치를 돋보이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 제공=디에이건축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는 삶의 공간이 부동산 가치로 치환되는 삭막한 도시환경에서 자연과 공동체가 조화되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건축물의 기획 초기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사람의 공간을 위한 모든 디테일을 구현해 내는 데 집중했다. 설계를 맡은 디에이건축은 올해로 21주년을 맞은 젊은 기업임에도 상업·업무·주거·문화·복합개발 등 다채로운 설계 포트폴리오를 갖춘 경험을 살려 설계자와 시공자·건축주 등 ‘건축 3륜’이 조화를 이루는 데 힘썼다.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은 이 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2022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주택 부문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당시 심사위원단은 “리아스식해안선을 따라 마을이 만들어지고 교류하는 과정을 건축적으로 디자인함으로써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이 서로 교호하는 경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안함으로써 한국 건축 문화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평가했다.

건축가는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Ⅰ은 주변 콘텍스트와 소통하는 단지로 설계하기 위해 자연과 단지의 경계를 상호 교차하는 공간 방식을 채택했다”며 “이제는 공동주택의 ‘단지’라는 의미가 구분 짓는 경계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콘텍스트와 소통하는 연계의 장소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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