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킹살만






찰스 3세 영국 왕은 9월 엘리자베스 2세의 뒤를 이어 73세의 나이로 즉위했다. 당시 그가 영국 역사상 최고령에 왕관을 물려받은 게 화제가 됐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은 찰스 3세보다 더한 기록을 갖고 있다. 살만 왕이 즉위한 2015년 그의 나이는 80세였다. 즉위가 늦어진 것은 사우디가 형제 계승의 원칙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압둘아지즈 초대 왕의 유언에 따라 사우디는 7대 살만 왕에 이르기까지 형제가 왕이 됐다. 그는 압둘아지즈 왕의 스물다섯 번째 아들로 이복 형인 압둘라 왕이 세상을 떠나자 즉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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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위는 늦었지만 공직을 일찍 맡아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19세 때 수도 리야드의 부시장이 된 이후 48년 동안 시장과 주지사를 거치면서 리야드를 세계적인 대도시로 키워냈다. 살만 왕이 즉위할 당시 사우디는 2011년 ‘아랍의 봄’ 영향을 받아 개혁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는 변화 흐름에 맞춰 주택 보급 확대, 경전철 도입 등 민생 해결에 나섰고 지역 균형 개발 정책을 통해 소수파를 포용했다. 이듬해에는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해 탈석유화 정책을 추진했다. 살만 왕은 2017년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를 왕세자 자리에서 쫓아내고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을 후임으로 임명해 후계 구도를 완성했다.

빈 살만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돈 보따리를 풀고 간 ‘미스터 에브리싱’이다. 살만 왕은 2019년 리마 빈트 반다르 알사우드 공주를 주미 대사로 보내기도 했다. 사우디 사상 최초로 여성을 핵심 대사로 배치하자 국제사회는 사우디가 인권 탄압 우려를 잠재우고 살만 왕의 개혁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가 리야드에 활주로 6개를 갖춘 초대형 공항인 ‘킹살만국제공항’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적인 공항으로 우뚝 선 한국의 인천국제공항이 활주로 3개를 갖춘 것과 비교하면 킹살만공항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중동에서는 요즘 1조 달러(약 1400조 원) 규모의 사우디 네옴시티를 비롯해 대형 프로젝트가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제2의 중동 붐’을 일으켜 경제 회복의 견인차가 되게 하려면 기업들의 발목에 채워 놓은 모래주머니부터 걷어내야 한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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