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中·반도체 '수출 양날개' 꺾여…"이대론 내년도 266억弗 적자"

■11월 무역적자 70억弗…경제 버팀목 수출마저 비상등

에너지수입액 748억弗 늘었는데

중국의 도시봉쇄·美中갈등 겹치며

지난달 수출 1년 전보다 14% 급감

올 對中 무역수지 마이너스 가능성

주력시장 침체에 내년 전망도 우울

"아세안·EU 신시장 뚫어 극복해야"


‘대(對)중국 수출 -25.5%, 반도체 수출 -29.8%’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도 빨간불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수출을 떠받치던 양대 축인 중국과 반도체가 무너지자 수출 전체가 두 달 연속 역성장했다. 이미 누적 무역적자가 40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무역 통계가 작성된 1956년 이래 역대 최대치다. 무역수지는 내년에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중 무역적자가 구조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무역적자는 426억 달러로 집계됐다. 1996년(206억 달러 적자)의 두 배 이상으로 이런 추세라면 올해 무역수지 적자는 5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해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 가격 수입액이 1~11월 1741억 달러로 1년 전보다 748억 달러 늘어난 것이 결정적이었다. 문동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996년과 2022년 사이에 무역 규모가 5배 커진 만큼 그 당시와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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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도 크게 줄었다. 지난달 수출은 519억 1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4.0% 급감했다. 2020년 10월 이후 2년 만에 수출 감소를 기록한 10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심지어 감소 폭은 10월 5.7%에서 11월 14%로 8.3%포인트 늘었다.

이는 중국의 영향이 컸다. 지난달 대중 수출은 1년 전보다 25.5%나 줄어든 113억 8000만 달러, 무역적자는 7억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 기준으로 6월 이후 6개월째 역성장, 5월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무역수지는 9월 플러스로 반등했으나 두 달 연속 마이너스로 다시 내려앉았다. 올해 대중 무역수지가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도시 봉쇄 정책을 유지함에 따라 지난달 대중 반도체 수출은 36.1%, 석유화학은 26.2%, 무선통신기기는 8.2%, 일반 기계는 21.1% 줄었다. 철강이 11.4% 증가했지만 수출 감소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도체 역시 수출액이 1년 전보다 29.8% 급감하며 우려를 키웠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고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재고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11월 120억 3600만 달러에서 올해 11월 85억 5400만 달러로 축소됨에 따라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에서 16.3%로 쪼그라들었다.

무역수지 적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23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무역수지가 266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협회도 내년 138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예상했다. 구자열 무협 회장은 “2023년 무역 환경은 올해보다 더 어두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돌발 변수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등장한 데다 미중 갈등은 어느새 진영 대립으로 확산됐고 세계무역기구(WTO)의 중재 기능이 무력화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현 산업연구원장 역시 “결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이 안정돼야 한다”며 “당분간 무역적자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중 리스크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중국과의 교역이 낮은 기술력의 제품은 중국에 따라잡히고 하이엔드 제품은 미국의 수출 규제에 걸리는 구조적인 문제로 고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허윤 서강대 교수는 “록다운이 중국의 단기 불안 요소라면 중장기적으로는 미중 갈등에 따른 미국의 수출 규제가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중동·중남미 등 신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앞서 1차 수출전략회의에서 미국, 중국,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을 3대 주력 시장으로, 중동, 중남미, 유럽연합(EU)을 3대 전략 시장으로 분류했다. 기존 주력 시장에 대한 공략만으로는 수출 증대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아직은 성과가 좋지 않다. 지난달 아세안 지역으로의 수출은 90억 77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3.9% 줄어들었고 대중남미 수출은 18억 700만 달러로 19.1% 감소했다.


세종=우영탁 기자·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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