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당국 경고 통했나…정기예금 증가세 한풀 꺾여

11월 5대銀 예적금 잔액 865조

전달보다 18조 ↑…증가세는 둔화

한은 기준금리 속도조절 시사 이어

당국 "금리경쟁 자제" 메시지 영향

기업대출은 두달 연속 700조 넘겨





시중은행 정기예·적금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둔화되고 한국 역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금융 당국마저 은행의 수신 금리 인상 자제령을 내리면서 예·적금 금리 경쟁이 완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전한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은행으로의 ‘머니 무브’는 지속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865조 6531억 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847조 2293억 원) 대비 18조 4238억 원 증가했다. 전달 정기 예·적금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800조 원을 넘어선 데 이어 11월에도 증가세를 이어간 셈이다. 다만 증가세는 다소 누그러졌다. 8월 17조 9775억 원, 9월 31조 2708억 원 증가한 데 이어 10월에는 무려 47조 4152억 원이 늘었지만 지난달에는 전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예금은 늘었지만 적금은 감소했다. 정기 예금 잔액은 827조 2986억 원으로 10월 말 대비 19조 710억 원 늘었지만 정기적금은 6472억 원 감소한 38조 3545억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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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예·적금 잔액 증가 폭이 전달보다 줄어든 것은 수신 금리 상승이 주춤해졌기 때문이다. 이달 초부터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이 힘을 얻었고 한국은행도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여기에 최근 금융 당국이 수신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월말 기준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 금리는 이달 초만 해도 당장 5%대를 뚫고 치솟을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은 최고 5%선을 ‘마지노선’으로 정한 모습이다. 지난달 중순만 해도 우리은행의 ‘우리 WON플러스 예금’ 5.18%, KB국민은행의 ‘KB STAR 정기예금’ 5.01%,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 5.1% 등 시중은행도 5%를 넘는 금리를 적용했지만 현재는 하나은행만 유일한 5%대 예금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11월 말 710조 4214억 원으로 두 달 연속 700조 원을 넘어섰다. 세부적으로 대기업대출이 4조 1802억 원 늘어난 111조 3276억 원을, 중소기업대출이 1조 5531억 원 증가한 599조 938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크게 늘면서 가계대출은 감소했다.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3조 346억 원으로 전달보다 6129억 원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은 1조 6277억 원 늘어났지만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이 각각 9978억 원, 2조 411억 원 감소했다.

은행권에서는 앞으로의 금리 인상과 은행권의 반영 여부·시점 등이 예금·대출 수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까지 기준금리가 인상함에 따라 대출금리가 당분간 오르고 이에 따라 대출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예금 수요는 향후 은행권이 수신 금리를 조정하면 얼마든지 다시 늘어날 수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수신 금리에 따라 정기 예·적금 증가 규모가 들쑥날쑥하고 있다”며 “지금은 금융 당국의 눈치를 봐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못 올리고 있지만 어느 한 곳에서 금리를 인상하면 다시 자금이 은행권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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