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는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뇌동맥의 약한 부위에 혈류가 부딪히면서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질환이다. 학계에서는 고혈압과 흡연이 뇌동맥류 발생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뇌동맥류는 후유증이 심한 질환이다. 일단 파열되면 치료가 잘 된다고 하더라도 3분의 1 정도의 환자만 정상적인 일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전체 환자의 3분의 1 가량이 후유증을 얻게 되고, 나머지 3분의 1 정도는 사망한다. 특히 뇌동맥류가 두 번 이상 파열된 환자들은 70% 가량이 뇌손상으로 인해 심각한 후유증을 얻거가 사망한다고 알려졌다.
뇌동맥류 파열은 대개 혈압이 갑자기 높아질 때 발생한다. 힘주어 대변을 볼 때, 정신적 충격으로 갑자기 흥분할 때, 성관계를 할 때, 무거운 물건을 들 때 등이 대표적이다. 드물지만 잠자다가 악몽으로 뇌동맥류가 터지는 경우도 있다. 뇌혈관이 경미하게 터지면 의식을 잃지 않고 심한 두통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뇌동맥류 파열 후 의식이 있는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갑자기 망치로 머리를 쾅 맞은 듯한 두통 증상을 호소한다.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심한 두통이 뇌동맥류 파열의 특징적 증상인 것이다. 진통제를 써도 소용없는 경우가 많다. 뇌출혈량이 많으면 그로 인한 뇌손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고, 심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하게 된다. 그 밖에도 이유 없이 구토감이 밀려오거나 신체 일부에 마비가 일어나 움직이기 힘들고, 갑자기 뒷목이 뻣뻣해 지거나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변화가 감지된다면 뇌동맥류 파열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 환자에 따라 갑작스런 의식 저하 또는 전신발작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한번 파열된 뇌동맥류는 재파열 위험도 크다. 뇌동맥 파열 환자의 25%가 2주 내에 재파열을 경험하고, 50% 이상은 6개월 내에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다. 재파열 시 환자의 예후가 더 나빠지는 것은 물론, 생존율도 급격히 낮아진다.
따라서 동맥류 파열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초기에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뇌동맥류 파열은 과거 50~6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햇지만, 최근에는 20~44세까지 비교적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40대 중반 이하의 젊은 연령층이라도 최근 극심한 두통을 경험했다면 적극적으로 예방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평소 증상을 겪지 않았더라도 고혈압·흡연·가족력과 같은 위험인자를 보유한 경우라면 더욱 적극적으로 예방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뇌동맥류는 파열 전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어 발견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뇌동맥류를 진단하는 검사기법이 꾸준히 발전해 온 덕분에 상황이 달라졌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혹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뇌혈관을 쉽게 검사할 수 있게 되면서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를 조기 발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혈관 내 색전술의 등장도 뇌동맥류 치료에 큰 역할을 했다. 1990년대에 처음 등장한 코일 색전술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 주머니 안에 매우 가느다란 코일을 채워 넣어서 파열을 방지하는 치료법이다. 2000년대 초반 뇌지주막하출혈의 국제 다기관 공동임상연구(International Subarachnoid Trial)를 통해 코일 색전술의 효용성이 크게 인정받으면서 뇌동맥류 치료의 패러다임은 대전환을 겪었다.
다만 뇌동맥류의 위치, 모양, 크기에 따라 치료 방법이 상이하기 때문에 클립 결찰술과 같은 개두술 역시 고려해야 한다. 뇌동맥류의 치료는 무엇보다 환자 상태에 맞는 정확한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두술과 색전술 중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지 고민된다면 두 가지 치료법을 모두 시행할 수 있는 전문가와 상담하길 권한다. 뇌동맥류 치료법 결정에 객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최선의 방법은 예방과 조기진단이다. 뇌동맥류의 원인은 여전히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항들이 많다. 흡연, 고혈압, 동맥경화 등 혈관건강과 관련된 인자들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으므로 평소 혈관건강 및 기저질환 관리에 힘써야 한다. 만약 위험인자를 갖고 있거나 직계가족 중 2명 이상 뇌동맥류를 진단받은 적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뇌혈관 촬영을 고려해 볼 만하다. /정준호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