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며 산업 현장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기름이 동난 주유소가 속출하고 제조 업계의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7일간의 파업으로 누적된 주요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만 해도 이미 1조 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업종 긴급 수급 점검회의’를 열고 주요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가 이같이 잠정 파악됐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8일 차에 접어들며 산업계의 피해가 본격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자 이날 회의에서 업종별 피해 현황과 대응 등을 논의했다.
업계에 따르면 파업이 시작된 지난달 24일부터 전날인 30일까지 시멘트 97만 6000톤(976억 원), 철강 56만 2600톤(7313억 원), 자동차 7707대(3192억 원), 정유 25만 9238㎘(4426억 원)의 출하 차질이 발생했다. 산업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출하 차질이 생산 차질로 연결돼 피해 규모가 막대한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업종은 정유 업계다. 탱크로리(유조차)가 멈춰 서며 이미 전국에서 기름이 품절된 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 전국의 품절 주유소는 49개소로 전날(23곳)보다 26곳이나 늘었다. 수도권이 가장 많았다. 정부와 업계가 대체 유조차를 확보하는 등 출하량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품절 주유소가 수도권에서 충청·강원 등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제품을 출하하지 못하며 결국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한 현장도 있다. 금호타이어는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하루 평균 8만 본을 생산하는 광주와 곡성 공장 생산량을 이날부터 최대 30% 감산하기로 했다. 제품을 생산해도 공장 내부에 보관할 장소가 부족해지자 감산을 택한 것이다. 완성차 업계는 공장에서 출고 센터까지 신차를 직접 운전해 옮기는 ‘로드 탁송’을 이날도 이어갔다.
건설 업계는 시멘트 출하가 줄어들며 ‘셧다운(공사 중단)’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의 건설 현장 1100여 곳 가운데 600여 곳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평균 시멘트 출하량은 18만~20만 톤인데 전날의 출하량은 5분의 1 수준인 약 4만 5000톤에 그쳤다. 다만 시멘트 업계에서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이후 운송에 복귀하는 차주가 늘어나 출하량이 소폭 증가하고 있어 애초 우려된 생산 중단 가능성은 줄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모 지역의 화물연대 간부가 BCT 차주들을 상대로 보복하겠다고 협박한 사례도 나타났다. BCT 차주가 지난달 30일과 1일 화물연대의 한 간부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에는 “이번 총파업에 운송 결과를 취합해서 파업 투쟁이 끝나면 분명히 화주사·운송사를 응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6월 투쟁 후 포항의 XX운송사 두 군데를 들어냈다”며 “이번엔 BCT의 화주사·운송사를 타깃(목표물)으로 잡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