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034730)온이 올 초부터 추진한 ‘상장 전 투자 유치(Pre IPO)’에서 1차로 1조30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한 가운데 재무 라인에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인 브라운대 출신을 잇따라 영입해 재계와 투자은행(IB) 업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영입 임원들은 외국계 투자은행(IB)에서 다년간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브라운대를 졸업한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겸 수석 부회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기업내 역할을 강조하며 끌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IB업계는 최 수석부회장의 측근인 이들이 내부에서 최고경영진과 호흡을 맞추면서도 전문성을 살려 시장과 적극적 소통에 나서면서 SK온의 추가 투자 유치에도 얼마나 수완을 발휘할지 주목하고 있다.
SK온은 지난 10월 재무담당 부사장에 김경훈 전 스탠다드차타드 기업금융 부문장을 선임했다. 김 부사장은 미국 브라운대와 컬럼비아MBA를 졸업한 후 미국 리먼 브라더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을 거치며 외국계 IB에서 오랜 경력을 쌓았다.
앞서 SK온은 올 초 재무 담당으로 박종욱 부사장을 선임하기도 했다. 역시 브라운대를 나온 박 부사장도 모간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스 캐피탈 등을 거친 IB업계 전문가다. 박 부사장은 2017년 SK E&S로 처음 SK그룹에 합류한 뒤 이듬해 SK이노베이션(096770)으로 옮겨 재무와 투자 분야에서 임원을 맡아왔다.
지난달 회사 출범 1주년을 맞은 SK온은 재무와 인사, 마케팅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서도 외부 전문가들을 적극 스카웃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영입된 김경훈 부사장을 포함하면 재무 담당 부사장은 총 3명으로 늘어났다.
회사측은 CFO인 김영광 부사장을 필두로 자금 조달과 재무 관리 등 역할을 분담해 내부 조직을 재정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온 관계자는 "재무라인도 태스크포스(TF) 팀이 만들어졌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등 조직을 효율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과 박 부사장은 SK온 투자 유치와 차입금 조절 등 자금 조달 업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은 최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컨소시엄으로부터 6953억 원 규모 프리IPO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아울러 내년 1분기 내 카타르투자청(QIA)과 중국 최대 사모투자자인 힐하우스캐피탈 등 외국계 기관들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기로 하고 막바지 조율 작업중이다. 1차 프리IPO로 유치한 투자금 규모는 총 1조 3200억 원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올 초 기업가치를 40조 원 대로 예상하고 최대 4조 원 규모 투자를 유치를 희망했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22조 원 수준까지 하향 조정하고 조달 금액도 최초 목표치 대비 크게 낮췄다. 2026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걸고 연평균 수익률(IRR)도 7.5%로 높여 제시하는 등 최근 들어 시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달한 자금은 미국 등 해외 공장 설립에 투입하고 기존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리는데 활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SK온은 올 7월 미국 포드(Ford)와 합작사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향후 각각 5조1000억 원씩 투자해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2026년까지 미국에 2조5000억 원 규모 합작 공장을 추가 설립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SK온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올해 말 77GWh에서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 등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SK온이 안정적 투자 환경을 조성하려면 흑자 전환과 재무 관리가 필수 선결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SK온은 3분기에 매출 2조1942억 원, 영업손실 1346억 원을 기록하면서 목표했던 올 해 흑자 전환에 경고등이 켜졌다.
또 3분기까지 단기 차입금은 5조2718억 원으로 지난해 말 4989억 원 대비 무려 4조7729억 원 증가했다. 반면 장기 차입금은 같은 기간 3조9563억 원에서 3조7506억 원으로 2057억 원 줄이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