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는 매우 큰 슬픔이며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관련자들 중 어느 한 분만이라도 자기 임무에 정확하게 충실했더라면 이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유족과 주변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우리 국민들도 누군가를 탓하기보다는 우리 자신을 각자 돌아보고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해 6월 한국인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됐고 올해 8월 종신 추기경으로 서임된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이 약 1년 4개월 만에 한국을 찾아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유감의 뜻을 전했다. 유 추기경은 2일 오후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힌 뒤 “한국은 디지털 등 모든 측면에서 앞서간다고 여기던 주변 분들이 ‘이런 참사 소식은 저개발 국가에서나 일어날 일’이라는 안타까운 표현을 썼다”며 “로마에 있는 동안 많은 추기경들로부터 ‘기도하고 있다’는 인사를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로마에 머무르며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지내온 것에 대한 소회를 묻자 유 추기경은 “상당 기간 교황청은 이탈리아의 교황청이었고, 유럽 중심의 교황청이었으며, 그후로도 남·북미 출신이 요직을 차지한 아메리카의 교황청이었다. 주변에서 아시아 출신 한국인 성직자가 장관이 됐다는 것은 비로소 교황청이 ‘세계 교회’가 됐다는 점을 드러내는 데 기여했다고 말한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유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가 배출한 추기경 4명 중 고(故) 김수환·정진석 추기경과 염수정 추기경이 모두 서울대교구장 출신인 것과 달리 유일하게 대전교구장 출신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지인 ‘솔뫼’ 피정의 집 관장을 지내기도 했다. 최근 개봉한 김대건 신부의 일대기 영화 ‘탄생’과 관련해 유 추기경은 “프란체스코 교황께서 지난달 16일 로마 교황청으로 찾아온 영화 관계자들과 만났고 영화 시사회를 위해 주요 추기경 회의장으로만 사용하는 시노드홀을 빌려준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면서 “내년이 한국과 교황청의 수교 60주년이 되는 해인데 성베드로광장에 김 신부의 석상이 들어서는 등 주목할 일이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올해 8월 프란체스코 교황이 언론을 통해 밝힌 방북 의지에 관해서는 “교황께서 북한의 초청을 요청한다고 밝히셨지만 북한의 반응이 없기에 진척 상황에 대해 현재로서는 ‘누구도 모른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면서 “다만 핵무기에 관한 한 교황청은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