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교보생명과 한국공인회계사회 간 갈등에 절대 중립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보생명의 풋옵션(매도 청구권) 가치 산정을 두고 딜로이트안진과 법률 분쟁 중인 교보생명이 한공회가 소속 회계사를 제대로 제재하지 않았다면서 금융위원회에 진정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2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날 한공회에 대한 현장 종합 감사를 마쳤다. 후속 작업을 거쳐 내년 초 종합 감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결과 발표에는 교보생명이 문제 삼은 한공회의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회계사 부실 제재 의혹에 대한 금융위의 판단이 담기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내년 2월 재판 결과를 앞둔 사안으로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교보생명이 최근 진정서를 제출했고 한공회가 답변한 내용만 기록에 남기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 종합 감사에서 금융위는 한공회가 지난 3년 동안 과거 지적 사항을 개선했는지, 위탁 업무를 원활하게 처리 중인지, 민원 처리에 문제는 없는지 등을 살폈다고 한다.
교보생명은 1일 금융위에 진정서를 냈다. 한공회가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를 부풀린 혐의를 받는 회계사에게 ‘조치 없음’ 의견서를 낸 것이 문제가 있다는 내용으로 종합 감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려달라는 게 골자였다.
현재 교보생명은 자신들의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명,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과 법률 분쟁 중이다. 지난해 2월 검찰이 이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지분 24%에 투자하고 투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회계사와 공모해 풋옵션의 가치를 고의로 부풀리려 했다고 보고 있다. 외형상으로는 공인회계사법이라는 행정 법규 위반 사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총 1조 원의 경제적 이익을 노린 대형 경제 범죄의 혐의가 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지난해 검찰 기소 이후 교보생명은 한공회에 ‘안진 회계사들이 윤리 규정 등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한공회는 같은 해 9월 조치 없음 의견을 냈고 교보생명은 이를 다시 문제 삼으며 금융위에 진정서를 냈다. 한공회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조치 없음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1심에서 회계사들의 무죄판결이 났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선고는 내년 2월 1일로 예정됐다.
금융위가 계속 침묵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3년 전 종합 감사 당시 금융위는 한공회에 윤리조사심의위원회와 윤리위원회의 업무 개선을 권고했다. 조사심의위 위원 임기가 2년인데 연임 제한이 없어 위원장 등 일부는 9년 이상 재임했다. 또 조사 위원이 안건이 없는 달에도 조사비를 받는 게 적발됐다. 모두 공정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는 사안으로, 개선 여부에 대한 금융위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 측이 지적한 윤리위의 정상 작동에 대한 판단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