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과 광저우 등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검사를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신속항원 검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당국이 '제로 코로나'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고강도 방역을 완화하는 조치들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베이징 당국은 전날 관내 병원에 환자가 48시간 내 받은 PCR 음성 증명서를 지참하지 않아도 돌려보내지 말라고 지시했다. 대신 병원을 찾는 환자는 신속항원 검사를 받아야 하며 결과에 따라 병원 내 다른 구역으로 입장할 수 있다. 2세 미만 유아는 PCR 검사가 면제되며 돌보는 이의 검사 결과로 대신한다.
이런 조치는 앞서 베이징시가 노인이나 유아, 재택근무자 등 정기적인 외부 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에는 빈번한 PCR 검사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은 것이다.
그간 중국에서는 등교, 출근, 쇼핑, 외식 등을 위해 24∼48시간 내 받은 PCR 음성 확인서가 필요했으며,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수백만∼수천만명을 대상으로 한 PCR 전수 검사도 왕왕 진행됐다. 그 와중에 응급 상황에서도 PCR 음성 결과를 요구해 인명 피해가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
지난 1월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도시가 봉쇄됐던 산시(陝西)성 시안에서 한 임신부가 PCR 검사 결과를 기다리느라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유산했고, 가슴 통증을 호소하던 30대 남성도 PCR 검사 음성증명서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4시간여 만에 숨지는 일이 있었다.
광둥성 광저우도 전날 구(區) 전체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PCR 전수 검사는 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대신 격리 대상인 밀접 접촉자들을 정밀하게 분류하고, 위험군에 있는 사람만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게 하겠다며 주민들은 가정에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준비해두라고 권고했다. 쓰촨성 청두 역시 주민들이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 입장할 때 PCR 음성 결과 대신 녹색 건강코드만 있으면 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건강코드는 빨강, 노랑, 녹색 등 신호등 3색으로 구성돼 있으며 녹색은 감염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SCMP는 "중국 당국이 지난달 11일 코로나19 발생 지역의 봉쇄를 최소하고 경제·사회 활동에 대한 방해를 최소화하는 정밀 방역 20개 조처를 발표한 후 일부 대도시들이 PCR 검사를 줄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당국은 지난 주말 전역에서 일어난 시위 후 해당 20개 조처를 준수하기 위해 '제로 코로나'의 미세 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5∼27일 중국 여러 지역과 대학에서 '제로 코로나'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난 후 지역별로 잇달아 봉쇄 해제 등을 발표하고 있다.
SCMP는 "당국은 해당 시위를 공식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코로나19 제한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3년 가까운 코로나19와의 필사적 싸움과 수백만 명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위드 코로나'를 택한 서방에 대한 비난 이후 중국의 레토릭이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보건 전문가 다수를 인용해 확진자의 자택 격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분석 기사를 내보냈다. 확진자는 예외 없이 정부 지정 격리 시설로 보냈던 그간의 규정에 변화가 있을 것임을 시사한다는 해석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중국인은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방역이 완화하는 것에 불안감과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방역 완화 조치로 당국이 지난주까지만 해도 치명적이라고 꾸준히 강조해오던 질병에 갑자기 더 많이 노출된다고 느낀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공포심이 커지고 있다"며 "베이징의 약국들은 N95 마스크의 판매가 이번 주 늘어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