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전기차 판매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우리의 주력 수출 업종이 본격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3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에 따르면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1191대, 하이브리드 차종 아이오닉 2대 등 이 회사의 11월 아이오닉 모델 판매량은 총 1193대에 그쳤다. 10월 기록한 아이오닉 모델 판매 대수(1580대)보다 24.5%나 감소한 것이다. 기아의 전기차 EV6도 11월 미국 시장에서 641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전달 대비 46%나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 판매가 동반 부진의 늪에 빠진 것은 8월 중순 발효된 미국 IRA의 여파 때문이다. IRA가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하면서 아직 미국 현지 공장을 짓지 못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을 시장에서 밀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판매량 감소 현상은 8월 이후 현재진행형이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모델 판매량은 8월 16일 IRA가 시행된 직후부터 8월 1517대, 9월 1306대, 11월 1193대로 감소했다. 판매량이 반등한 것은 10월(1580대)이 유일했다. 기아의 전기차인 EV6도 8월 1840대, 9월 1440대, 10월 1186대, 11월 641대 등으로 급감 추세를 보이고 있다. IRA는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7500달러)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적어도 3년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조지아주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공장이 2025년에야 완공되기 때문이다. 그동안은 전기차 전용 공장이 아닌 기존 미국 공장에서 일부 물량을 생산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앨라배마주 공장에서 이달부터 제네시스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70 전동화 모델’을 생산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지난달 21일 내놓은 ‘2023년 자동차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 기업의 자동차 수출 판매가 IRA의 영향으로 올해보다 4.2%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미국 IRA에 반발하는 유럽연합(EU) 역시 ‘유럽판 IRA’로 불리는 핵심 원자재법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도입을 추진하며 우리 수출길을 위협하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중국을 겨냥한 제도지만 석유화학 등 한국의 주력 업종도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